나이키의 벳시 로스 성조기 문양이 그려진 운동화. /사진=로이터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나이키는 미국의 초창기 성조기인 '벳시 로스기(betsy ross flag)'가 그려진 운동화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운동화에 그려진 벳시 로스기가 백인 우월주의와 노예제를 연상시킨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였던 콜린 캐퍼닉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흑인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벳시 로스기가 미국 독립 초기 13개주의 노예제를 연상시킨다며 "불쾌하다"는 의견을 나이키에 전달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도 이 같은 글을 남겼고 여러 누리꾼들도 비슷한 의견을 남겼다. 나이키는 별 다른 설명없이 이번 주 초 판매를 계획 중이던 해당 제품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에게는 여러 모로 악재가 겹친 상황이 됐다. 앞서 나이키는 애리조나주 굿이어 지역에 1억8450만달러(약 2160억원)을 들여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여기에서 최소 500명을 고용이 창출돼 애리조나주는 나이키를 위해 100만달러를 지원해주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벳시 로스기' 운동화 출시 철회 때문에 나이키는 이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 2016년에도 있었다. 캐퍼닉은 8월 NFL 경기 직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고 앉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후 캐퍼닉이 나이키 30주년 광고모델이 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나이키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