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호사들이 '호칭'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 의료인임에도 의사와 달리 환자들로부터 '언니', '아가씨', 심지어는 '야' 소리를 듣는 게 일반적이다. 간호사를 서비스직으로 여겨 무리한 요구를 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간호사들은 '간호사'란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약 30년 전까지 간호사는 '간호원'으로 불렸다. 더 이전엔 '간호부'로 불리기도 했다. 1987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사(醫師)'와 같이 끝에 '스승 사(師)'가 붙어 '간호사'가 됐다. 처우 개선과 호칭 변경을 원하던 '간호원'들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였다.
호칭이 변경되고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지만, 간호사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호칭으로 불리지 못한다. 5년 차 간호사 P씨(29)는 "간호사도 의사처럼 전문직인데 대중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간호사가 전문직 수준의 학벌과 학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간호사 호칭 문제도 이 같은 인식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 간호사 K씨(30)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돌아봤더니 환자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아니, 선생님은 아니지.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말해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아가씨'는 간호사들이 가장 꺼리는 호칭 중 하나다. 간호사 L씨(28)는 "'언니', '저기요'까진 이해한다. '아가씨'란 호칭은 정말 듣고 싶지 않다. 아가씨라고 할 때마다 아가씨 아니라고 해도 '옛날 사람이라 그렇다. 이해하라'고 한다. 이걸 내가 왜 이해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한 내과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J씨(31)는 "얼마 전 환자 한 분이 내게 '아가씨, 의사 선생님이 다음에 검사 결과 보러 오는 날 예약하라는데?'라고 말했다. 의사는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대하는데 간호사인 나에겐 '아가씨'라며 반말한 거다. 자주 겪는 일이지만 그날은 유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호사 선생님'이란 호칭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이따금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선 "간호사를 '선생님'이라고 하는 거 웃기다. 간호사님 정도로 호칭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 A씨는 "맞다. 진짜 선생님도 아닌데 선생님 호칭은 어색하다"고 동조하며 "어떻게 불러야 할 지 사실 잘 모르겠다. 간호사에게 호칭을 쓰는 대신 '저기 죄송한데요'라면서 말을 붙인다"고 전했다.
누리꾼 B씨는 "간호사가 왜 선생님이냐고 고집부리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안 된다. 그러면서 의사는 꼭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단순히 스승의 의미가 아닌 존중의 의미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간호사 P씨(28)는 "간호사도 전문직이고 의료인인데 너무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선생님'이란 호칭이 듣고 싶은 게 아니다. '간호사님' 정도도 괜찮다. 제대로 된 호칭으로 간호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표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