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위 조선사 합친다…韓 조선업 위협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7.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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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선박중공과 중국선박공업 합병 계획 공시, 합병 진행중인 현대중·대우조선 이어 세계 2위

/사진=AFP/사진=AFP


합병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던 중국 1,2위 조선업체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의 합병 추진이 공식화 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규모와 효율을 모두 높인다는 복안이어서 이들과 세계 조선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조선 업체들에게도 위협이 될 전망이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CSIC와 CSSC 계열의 상장사 8곳은 지난 1일 저녁 공시를 통해 두 회사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정부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2위 규모의 조선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들 회사의 연례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친 규모는 전세계 시장의 13%를 점유했다. 두 회사를 합친 지난해 매출과 이익은 각각 744억 달러(87조1894억 원)와 11억 달러(1조2891억 원)였다. 자산규모는 8000억 위안(약 136조원)에 이른다. 앞서 올해 1월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한국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을 발표한 바 있다. 증권회사인 BRS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최신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뒤처져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세계 조선 시장의 43%를 점유해 한국 28%, 일본 24%를 앞섰다.

CSIC와 CSSC는 원래 한 회사였지만 거대 국유기업들을 해체해 경쟁 구도를 만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20년 전 CSIC와 CSSC로 분리됐다. 분리한 회사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20년만에 다시 합치기로 한 것이다. 합병 계획 발표 이후 상하이증시에서 CSSC 홀딩스 주가가 7.87% 오르는 등 8개 계열사 주가가 4.65~10.03%까지 뛰어올랐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근 15년 이상 통폐합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산하의 대형 국유기업 수는 이전의 절반 수준인 100개 이하로 줄였다. 대신 농업, 철도, 해운, 발전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 국유기업이 탄생했다. 지난해에는 닝가오닝 시노켐(중화그룹) 회장이 다른 중국 양대 국유 화학업체인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 회장직을 겸임키로 해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CSSC-CSIC 합병 이면에는 전략 산업에서 국가적 역량을 높이려는 중국의 의도도 담겨 있다. 중국의 국가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의 10개 육성 분야 중 하나가 해양장비 및 첨단기술선박이다. 중국은 미국이 이 정책을 문제 삼자,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있지만 주요 산업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야망은 여전하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토미 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두 회사간 합병 추진은 이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규모를 늘리더라도 중국 국유기업의 관료주의와 내부 정치로 기대만큼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조선 분야의 베테랑 애널리스트인 저우 리웨이는 "최적화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내부 통합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해군 함정 등 군수 부문에서의 경쟁력 제고도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국방 분야 전문가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해군 함정의 대다수를 건조한 두 조선 대기업 간의 성공적인 합병이 중국 해군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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