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의 역대 장관 목록에 있는 로버트 케네디의 초상화/https://www.justice.gov/ag/bio/kennedy-robert-francis
로버트는 하버드대를 졸업, 버지니아대를 거쳐 변호사가 된 수재다. 1960년 JFK는 대선 승리 후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지명한다. 로버트의 나이는 만 35세. 미국이 들끓었다. 지나치게 젊은데 동생이란 이유로 발탁하느냐는 비판이다. 1981년생 이방카 트럼프가 2017년(36세) 백악관 고문이 됐으니 로버트는 더 빨랐다.
◇美 실력 있으면 인정, '가문의 힘' = 이는 '권력가족'을 보는 미국의 시각을 드러낸다. 아버지 또는 형의 후광을 입은 건 명백한 기득권이다. 그러나 실력이 있다면 수용한다는 거다. 지도층 패밀리(가문)의 존재를 터부시하지 않는 전통도 깔린 걸로 보인다.
트럼프 시대의 이방카는 부시 가문보다는 로버트 케네디와 흡사하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혈연이면서 핵심 보직을 맡아 최측근 정치참모로 활동한다. 백악관 내 여러 권력다툼 정황이 있었지만 이방카 부부의 지위를 흔들진 못했다.
물론 미국은 혈연에게 지위를 물려주는 왕이나 독재국가가 아니다. 선거민주주의 체제에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아들 부시 대통령도 승계가 아니라 선출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두 번의 '퍼스트레이디'를 넘어 직접 '퍼스트맨' 즉 대통령이 되고자 했으나 대선에 실패했다. 케네디 가의 막내동생 에드워드(테드) 케네디도 대선 경선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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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딸과 사위가 나란히 백악관 참모를 하는 상황이 보편적이진 않다. 믿고 맡길 사람이 딸뿐이란 사실은 비주류-비정당-부동산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의 한계도 보여준다. 어쨌든 이방카는 세계최강국 권부의 핵심에 있다.
◇韓 '흑역사' 굴레 벗기 안간힘= 한국의 경우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전 대통령의 가족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었다. 전두환 대통령 동생 전경환씨는 5공화국 실세로 대접받았다. 김옥숙 여사의 사촌동생, 즉 노태우 대통령의 처남인 박철언 장관은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렸다.
권력의 그늘도 짙었다. 박정희 대통령 아들 박지만 EG 회장,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은 '소통령'같은 권력자는 되지 못했어도 비극적인 가족사를 안고 살았다.
야당의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은 아들딸들이 별도의 생업을 갖기 어려울 정도로 견제를 받았다. 아버지의 정치는 목숨을 건 일이었고 자연히 아버지를 지켜야 했다. 김영삼 대통령(YS) 아들 김현철씨가 그랬고 김대중 대통령(DJ)의 세 아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집권 후엔 모두 권력형 비리로 얼룩졌다.
김현철 교수는 문민정부 때 정부 직함도 없이 정치와 국정에 관여, '소통령'으로 불렸다. 사실상 국정농단으로, 이는 문민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DJ의 첫째 둘째 아들인 김홍일 김홍업 전 의원, 셋째인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모두 크고작은 뇌물이나 청탁에 연루됐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대통령 자녀들은 정치와 거리를 둔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는 미디어·미술 분야에 작가로 일한다. 문 대통령 딸 다혜씨는 해외로 이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