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다르잖아" 회사 사고판 상장사들, 소송전 벌인 까닭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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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동아에스티, 시너지이노베이션에 4억7600만원 배상…엠아이텍 매각 당시 중요사항 안 알려

"말이 다르잖아" 회사 사고판 상장사들, 소송전 벌인 까닭


상장사 동아에스티가 계열사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매수자에게 해당 회사가 정부지원금을 반환해야 하는 사실 등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이른바 '진술 및 보증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진술보증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인수자와 매도자 간 분쟁은 상당히 잦지만, 상장사의 손해배상소송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건 이례적이다. 지난 2017년 안방보험이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정도가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부장판사 이동연)는 코스닥 상장사 ㈜시너지이노베이션(구 코아로직, 이하 시너지)이 동아에스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최근 '피고는 원고에게 4억76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원고는 법무법인 화우가, 피고는 법무법인 대호가 대리했다. 2017년 소송이 시작된 지 2년만에 결말이 난 셈이다.

◇시너지, 2017년 동아에스티서 엠아이텍 인수 후 분쟁



판결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지난 2016년 7월 동아에스티로부터 의료기기업체 엠아이텍의 주식 235만주(발행주식 총수의 98.96%)와 경영권을 총 3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시너지와 동아에스티가 맺은 경영권 및 주식인수계약서엔 아래와 같은 진술보증 조항이 있었다.

△엠아이텍은…엠아이텍 운영에 필요한 제반 인허가를 취득해 상법 등 관계법령 및 정상적인 상관행에 따라 대상기업의 사업을 운영중(1항)
△엠아이텍이 실사기간 중 제공한 모든 정보 및 서류는 완전하고 정확하며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6항)
△엠아이텍 회계장부는 KIFRS에 부합해 회계처리 되었으며, 중대한 오류 및 누락이 없이 KIFRS에 부합해 평가됨 (7항)
△엠아이텍이 보유한 특허권, 기타 지적재산권 부동산 등 기타영업에 필요한 모든 권리 및 유무형 자산은 대상기업이 양수인에게 별도로 통지한 것을 제외하고 적법하게 엠아이텍의 소유로 되어 있거나 의도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적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위 소유권 사용권을 중대하게 방해할 만한 사유는 없음(10항)

다른 회사의 주식이나 자산을 인수할 때에는 그 회사의 법률적 경제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수자가 기업실사를 진행하지만 기업실사만으로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떄문에 매도인으로 하여금 일정한 사항을 진술하게 하고 이러한 진술이 거짓인 경우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거나 별도의 구제수단을 계약서에 규정한다. 이게 '진술 및 보증(representions and warranties)' 조항이다.


통상 기업 지분을 사고파는 계약에 있어 계약 자체의 중요한 전제가 된 사항, 즉 계약체결 당시와 거래종결일 현재까지 거래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진술)를 제공했음을 보증하는 조항이다. 계약의 전제 조항인 셈이다. 이를 어길 경우 별도의 손해배상 사유가 된다. 실제로 양측은 이를 어겨 시너지가 손해를 보는 경우 동아에스티는 결산기준금액의 5% 한도 내에서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엠아이텍은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시너지 "알려야 할 사항 안 알려" Vs. 동아에스티 "지분매각 후의 사정"

문제는 거래 후에 발생했다. 엠아이텍이 지난 2015년 중소기업이 아님에도 중소기업만이 신청할 수 있는 정부연구과제에 참여해 정부지원협약을 체결하고 지원금을 받았다가, 인수계약 체결 직전인 2016년 3월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협약 해지 및 1억9000여만원의 지원금 회수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시너지는 "동아에스티는 이를 관련 서류에 기재하거나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등 시너지에 알리지 않았다"며 "약정대로 엠아이텍의 순자산가액 5%인 8억53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시너지는 이 외에도 △일본 거래처가 스텐트 제품의 대량 구매시 엠아이텍이 매출에서 일정 할인액을 돌려주기로 계약한 사실 △엠아이텍이 보유한 평택 인근 토지에 10억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던 사실 △엠아이텍이 최다출자자인 회사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채무변제를 못해 엠아이텍이 지난 2011년부터 7년간 기술보증기금 채무관련인으로 등록돼 금융기관 대출을 받거나 공공기관 과제에 입찰하는 것에 제약이 있는 사실 등을 동아에스티가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아에스티는 "엠아이텍 경영권 매도의 주된 동기는 엠아이텍이 중소기업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종료됐다는 것인데, 시너지는 주식인수계약 당시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인수대금에 고려돼 손해를 입지 않았다. 또 진술보증조항은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데 환수처분은 2016년 12월에 발생해 진술보증조항으로 보장하는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동아에스티는 또 "스텐트 할인의 경우 환급금의 지급 여부 및 범위는 거래량이 확정되는 2016년 11월에 정해지므로 진술보증조항의 기준시점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 보아야 하고, 계약종결일 이후 시너지에게 새로이 발생한 손해라 볼 수 없다"며 맞섰다.

◇법원 "동아에스티가 진술보장조항 일부 위반"

그러나 법원은 시너지의 일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재무재표 기재 누락 주장에 대해 "정부의 해지예고가 주식인수계약 이전인 2016년 3월이고, 체결 당시 동아에스티가 시너지에 이를 알 수 있는 서류를 제출했다는 증거가 없고, 이같은 사정을 알았다면 시너지가 일정 금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했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점을 종합하면 동아에스티가 엠아이텍 재무제표에 환수금을 충당부채로 기재하지 않은 것은 진술보장조항 7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어 일본 거래처에 대한 할인금 반환을 미고지한 점에 대해서도 "동아에스티가 판매수량에 따른 판매금액과 실제 지급받은 판매금액과의 차이에 판매량을 곱해 환급할 금액을 추정할 수 있었음에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아 진술보증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토지근저당권 설정의 경우 동아에스티가 시너지에 토지 취득경위와 분쟁사항이 기술된 판결문을 보낸 점, 계열사의 채무미변제와 관련해선 엠아이텍이 신용관리정보 대상자로 등록된 것은 맞지만 이를 넘어 엠아이텍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다거나 신규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동아에스티 사건은 상장사 사이의 진술보증조항으로 인한 분쟁이 드물게 외부로 알려진 사례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해당 조항으로 인한 분쟁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지 않다.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회사를 넘기고 나면 그 이후의 책임에서는 벗어나고 싶을 것이고,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회사인수 이후라도 발견된 문제점에 관해 매도인에게 책임을 계속 묻고 싶을 것"이라며 "진술 및 보증조항이 이를 결정하므로 양측에서 가장 신경써야 하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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