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결론 앞둔 '키코', 분쟁의 종결일까 시작일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9.07.03 17:31
글자크기

[세기의 분쟁조정, 키코]대법 판결난 '상품구조' 아닌 '판매행위'가 분쟁 대상…금감원은 종지부라지만 새 분쟁의 서막일수도

편집자주 금융분쟁조정은 소비자와 금융회사간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조정을 통해 합의하자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은 출범 후부터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근 20여년의 분조위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판결이 이달중 나온다.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다. 

2013년 9월 대법원 판결까지 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가 이달중 또 하나의 중요한 중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일성하이스코 등 4개 기업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키코 분쟁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키코 분쟁조정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을 왜 다시 끄집어내 시장 혼란을 초래하느냐'다. 실제로 키코는 대법원에서 '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린 상품이다.



이번 분쟁조정의 대상은 '키코' 자체의 사기성이 아니다. 은행들이 키코를 팔 때 지켜야 할 원칙을 지켰느냐를 다룬다. 소위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MT리포트]결론 앞둔 '키코', 분쟁의 종결일까 시작일까


◇불완전판매, 엇갈렸던 판결= 불완전판매에 대한 기존의 판례는 소위 '케바케(case by case)'다. 대법원까지 올라갔던 4건의 키코 소송도 '사기가 아니'라는 판결은 같았지만 불완전판매에 대해선 결론이 다 달랐다.



모나미와 SC은행간 소송, 수산중공업과 우리은행·한국씨티은행간 소송은 은행이 이겼다. 반면 세신정밀과 신한은행, 삼코와 하나은행간 소송은 기업이 일부 승소했다. 200건이 넘는 소송이 진행됐지만 기업이 일부라도 이긴 경우는 23건에 불과했다.

승패를 가른 것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였다. 적합성은 키코가 기업의 상황, 거래 경험과 이해도 등에 비춰 '적합'한 상품이었는지, 설명의무는 키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발생 가능한 손실의 구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알렸는지다.

모나미는 환위험 관리팀까지 운영하면서 총 15건의 키코 계약을 맺어 '몰랐다'는 주장이 배척됐고 이미 다른 은행과 2건의 키코 계약이 있었던 세신정밀에 추가 계약을 권유한 신한은행은 판매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인정됐다.


기업이 일부 승소한 판결에서 배상율도 천차만별이었다. 피해액의 5%에서 50%까지 다양했다. 분조위에 상정돼 있는 4개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7개 은행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평균 20~30% 배상 판결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같은 기업이라도 은행별로 배상율은 다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MT리포트]결론 앞둔 '키코', 분쟁의 종결일까 시작일까
◇분쟁의 마무리vs분쟁의 시작= 분조위의 결정은 '권고'일 뿐이어서 당사자 모두가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한쪽이 불수용하면 소송으로 가야 하지만 키코 계약의 배상책임 시효는 이미 지났다.

금감원도 이같은 한계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분쟁조정에 나선 것은 법상 '분쟁조정에는 시효가 없다'는 점도 있지만 이제는 키코 분쟁을 마무리짓자는 의미가 크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번 분쟁조정은 키코 사건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지부가 아니라 또다른 분쟁의 시작이 될수도 있다. 아직 소송이나 분쟁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기업이 150여개에 달하고 피해기업들은 검찰의 수사도 요구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이 최근 "은행들이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배상하라"고 촉구하는 등 정치권까지 가세하면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외환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상품이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다. 가령 환율이 900원이고 약정환율이 940원이면 기업은 달러를 은행에 940원에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이 상한선(Knock-In)을 넘어서면 기업이 약정환율과 실제 환율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하는 구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738개 기업이 3조2000억원의 손실(2010년 6월 기준)을 입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