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종로구 우리공화당이 천막이 있던 광화문광장 자리에 대형 화분들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 광장 한켠을 차지하던 우리공화당 천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틈타 잠깐 광화문 광장을 떠난 사이 서울시가 천막을 설치할 수 없도록 나무를 심은 대형 화분들로 촘촘히 메워버린 것. 광화문 광장이 80여 그루 나무 화분으로 뒤덮이자 마치 광화문 숲처럼 보이게 됐다.
"이번 기회에 광화문 광장 일부라도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면 좋겠다.",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아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으로 돌려주면 좋겠다." 반응이 뜨거웠다.
주변 별다른 녹지나 공원 없이 큰 공간을 광장으로만 두다 보니 부작용이 있는 게 사실이다. 뜨거운 여름 달궈진 광장이 도심 주변 온도를 높이는 것이 대표적 예다. 파리 콩코르드, 영국 트라팔가 광장 등도 확 트인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주변 잘 가꿔진 녹지와 공원이 함께 들어서 있어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쉴 공간을 제공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서울시는 오는 2021년까지 광화문 광장을 온전한 광장으로 새롭게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광화문 광장 숲을 계기로 이순신 장군 동상부터 세종대왕 동상에 이르는 일부 구간은 아예 숲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광화문 앞쪽에 탁 트인 광장을 계획대로 조성한다면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열린 광장의 순기능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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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시민들의 것이다. 제 아무리 정치적 목적의 이용을 반대하더라도 결국 광장은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하지만 광장 일부 구간에 실제로 숲을 조성한다면 천막 등으로 광장을 점유하려는 시도를 근절하면서도 시민들에겐 최적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시도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김경환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