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2019.7.1/사진=뉴스1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일본정부가 발표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일본의 규제 발표에 한국 정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가뜩이나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을 이끌었던 반도체가 단가 하락으로 부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입 규제라는 겹악재를 맞이하게 돼서다. 특히 정부는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 전까지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채 전날(지난달 30일)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번 규제가 국내 수출과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금 더 심도깊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조치가 사전협의 없이 이뤄진 데다 상세 규제 내용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는 일본의 조치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규제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내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으로 이뤄졌다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WTO 협정은 정치적 이유로 경제보복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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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WTO 협정을 포함한 국제·국내법을 토대로 일본 측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WTO 제소도 선택지 중 하나로 언급했다. 또 업계와 협력채널을 가동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지원하는 등 민관 공동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다.
성 장관은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일 무역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교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만큼 이번 규제조치는 화웨이 사태보다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며 "WTO 제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효성이 약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입 대체선을 마련하면서 궁극적으로 정치·외교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