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경사'에 '반짝' 상승 "기대감은 크지만…"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7.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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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미·중 무역협상 재개…남·북·미 정상 회동까지…"단기 상승 요인,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북측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남측으로 내려오고  있다. /방송화면캡쳐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북측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남측으로 내려오고 있다. /방송화면캡쳐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7월의 첫날, 주말 사이 들려온 겹경사에 증시는 큰 폭의 상승세로 시작했다. 지난 5월 이후 살얼음판 위에 놓인 듯했던 미·중 무역분쟁은 다시 협상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북한 방문으로 남·북·미 관계 개선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 올렸다. 시장에서는 깜짝 소식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섣부른 낙관은 경계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62포인트(0.78%) 오른 2147.24로 출발, 단숨에 2140선으로 올라갔다. 장중 2130선으로 내려와 등락을 거듭 중이지만,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의 매도세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수가 지수 하락을 막고 있다.



특히 남·북 경협주의 상승이 도드라진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대엘리베이 (39,500원 ▼500 -1.25%)는 전거래일 대비 4%대 상승세다. 부산산업 (52,600원 ▼800 -1.50%)은 10%대, 현대건설우 (49,500원 ▲150 +0.30%)는 6%대, 남광토건 (6,050원 0.00%)은 6%대 오름세다. 이 밖에도 일신석재 (1,039원 ▼2 -0.19%) 7%대, 인디에프 (680원 ▼2 -0.29%) 5%대, 삼륭물산 (3,550원 ▼45 -1.25%)은 19%대 오르고 있다.

주말 사이 들려온 희소식에 개장 전부터 시장은 증시 상승을 전망하며 설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상 회담을 갖고 무역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의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의 거래를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협상 결렬보다는 나은 결과로 단기간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불확실성은 일부분 잠잠해졌지만 세계 경기 회복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은 당분간 휴전하지만, 무역분쟁 완화는 아니고, 특히 5월 이후 진행되었던 관세율 인상, 보복관세 등의 철회는 없다"며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인한 펀더멘털 둔화·약화 압력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분쟁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글로벌 펀더멘털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는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에 반영될 것이고,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장의 불확실성 제거를 확인한 금융시장은 향후 유동성 정책에 대한 기대를 배경에 깔고 미·중 간 뉴스에 연동된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듯하다"며 "미국의 제조업, 서비스업, 소비자 지수 등 대부분은 최근 뚜렷하게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큰 폭의 상승세로 시작한 국내 증시는 오전 중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장중 한때 하락 전환하기도 한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전일대비 0.68포인트(0.03%) 오른 2131.3에 거래 중이다.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재개보다 남북미 정상회담에 더 주목하는 모양세다. 남북미 화해 분위기가 미·중 무역협상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관계 정립이 북미 관계 정립과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남겼다"며 "중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대신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완화해 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 국가 간 관계 정립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 역시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 만남으로 남북·북미 관계 개선은 한 걸음 더 나갔고,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라며 "북한 관련주에는 호재다. 향후 북미 실무진 협상과 공식적인 북미정상회담 등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이어가게 할 발판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무역수지 적자 가운데 자동차가 18%를 차지해 무역 불균형 해소에 있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카드는 자동차·부품 관세부과일 것"이라며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글로벌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코스피는 취약하다. 위험자산 노출을 줄이고, 안전마진을 확보한 배당주와 안정성이 높은 내수주·경기 방어주의 비중을 늘릴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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