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리얼리티쇼…'친서'와 '트위터'가 빚어냈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9.06.30 16:45
글자크기

[the300] 판문점서 남북미 회동·북미 정상회담 전격 성사...'친서'로 신뢰쌓고 트위터로 '소통'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 앞에 나란히 서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 앞에 나란히 서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처음 회동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진 데에는 '친서'와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 '친서'로 신뢰를 재확인한 북미 정상이 '트위터'로 실시간 소통하면서 '하노이 노딜' 넉달 만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이 성사됐다.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가되는 북미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은 '친서'가 물꼬를 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14일)을 전후한 지난 10일(현지시간)과 16일쯤 트럼프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인사와 대화 재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아름다운 편지"라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23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생일 축하 편지와 감사 의미를 담은 답신 성격이지만 북미 정상의 협상 재개 의지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판문점 회동' 가능성을 현실로 바꾼 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둘째 날인 지난 29일 트위터에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떠날 것"이라며 "그곳에 있는 동안 북한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 DMZ '번개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들이 트위터 내용에 대해 묻자 "오늘 아침 생각한 것"이라며 "그저 (만남을) 타진해 본 것"이라고 했다. 29~30일 한미 정상회담과 DMZ 방문을 앞두고 즉흥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 후 불과 5시간만에 김 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공식 제의를 받지는 못했다"면서도 "매우 흥미로은 제안"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수용 의사를 시사한 것이다. 넉 달 만의 북미 정상의 재회와 정전 후 66년 만의 첫 판문점 회동이 양 정상의 신뢰와 결단으로 성사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재회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 기지인 캠프 보니파스(Camp Bonifas)의 식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제 갑자기 여기까지 왔으니까 김 위원장을 보는 게 좋겠다. 서로 인사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굉장히 촉박한 시간 내에 만남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자유의 집'에서 김 위원장과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다른 이유로 또 감사할 게 있다"며 "SNS(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오시지 않았다면 제가 굉장히 민망할 뻔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보면서 미리 사전 합의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아니냐는 말도 하던데 사실 난 어제 대통령님이 (회동) 의향을 표시한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정식으로 만나자고 하는 것은 오후 두세시 돼서야 알게 됐다. 우리 각하와 나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아마 하루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