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분쟁 고비 넘은 반도체, 日수출 규제에 긴장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06.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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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 핵심재료 수출 규제 예고..현실화될 경우 피해 불가피

한국_미국_일본_중국/사진=김현정디자이너 한국_미국_일본_중국/사진=김현정디자이너


미·중 무역협상 재개로 한숨을 돌린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가 이번엔 일본의 핵심 소재 규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차원에서 다음달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쓰이는 핵심 재료들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는 현지 매체(산케이신문)의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소재는 포토리지스트(Photoresist), 에칭가스(Etching gas),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luorine polyimide) 등 3개 품목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fluorine)처리한 기판용 폴리이미드(PI)필름으로 불소처리를 통해 필름 자체의 물성(열 안정성·기계적 강도·전열성)을 강화하는 재료다.

포토리지스트는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반도체 제조공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Photo) 공정에 쓰는 감광재다. 에칭가스는 독성이 강한데다 부식성이 있는 기체인 고순도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HF)로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회로의 패턴을 형성하는 식각(Etching)과 세정(Cleaning) 작업에 사용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에 따라 다양한 PI를 사용하고 있어 현재 언론 보도만으로는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도 일본 현지 보도의 진위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며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긴장하는 분위기다. 포토리지스트는 일부 국내 업체가 생산하고 있고, 고순도 불화수소는 국산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두 제품 모두 글로벌 시상 점유율의 70~90%를 일본 업체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64,200원 ▼500 -0.77%)SK하이닉스 (183,800원 ▲2,900 +1.60%)도 고순도 불화수소의 9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한다. 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산업상이 이 제품의 수출 허가권을 쥐고 있다.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2주분의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일본 경제산업상이 한국으로 수출 예정이던 불화수소 물량을 불승인했다가 이틀만에 허가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도체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상태에 빠졌다.



당시에도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발 조치로 알려졌다가 서류 미비에 따른 행정절차상 승인 지연으로 확인되면서 정부가 업계가 시름을 덜기도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두 재료 모두 기술진입 장벽이 높아 국산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고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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