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대'…대형 매물 수두룩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9.06.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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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두산공작기계·대우건설·아시아나항공 등 잇따라 매물로…"자금경색·기업전략 영향 더 늘어날 것"…글로벌 경제 불확실 등 새 주인 찾기 난항…글로벌 PEF 부각

M&A(인수·합병) 시장에 조(兆) 단위 매물이 넘친다. 자본시장 자금경색 우려 등 영향으로 앞으로 추가적인 매출 출회도 지속될 전망이다.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PEF(사모펀드)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M&A 시장에서 웅진코웨이 (54,000원 ▼2,200 -3.91%), 두산공작기계, 대우건설 (3,635원 ▼10 -0.27%), 아시아나항공 (10,530원 ▼280 -2.59%), 태림포장 (2,805원 ▼25 -0.88%) 등 여러 대형 매물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최근 공개매각 절차는 접었지만, 김정주 NXC 대표의 넥슨 지분은 10조원 이상 가격이 거론되며 국내 M&A 시장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다.



최근 M&A 시장에 대형 매물이 잇따라 등장한 이유는 우선 자본시장 자금경색 우려가 불거지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웅진그룹이 지난 3월 인수한 웅진코웨이가 대표적 사례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 과정에서 약 1조60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을 주선하며 1조6000억원을 총액 인수했다.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이중 5000억원을 CB(전환사채)로 인수하기로 했지만, 프로젝트펀드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불발됐다.



웅진그룹은 태양광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웅진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졌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고, 코웨이 인수 때 일으킨 차입금 상환계획이 어그러지며 결국 코웨이 인수 3달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웅진에너지 법정관리 문제에다 아시아나 사태로 신용 시장에서 자금이 경색되면서 웅진그룹의 어려움이 증폭됐을 것"이라며 "코웨이 인수에 자금을 댄 한국투자증권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스틱인베스트먼트도 고민이 큰 상황에서 웅진그룹이 코웨이 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너 3세로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는 대기업 그룹사의 경영 전략 변화도 M&A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룹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매각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두산공작기계, 태림포장, 대한전선 (12,750원 ▼350 -2.67%), 공차처럼 PEF 운용사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매각 시기가 다가온 기업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M&A 시장에 매물이 넘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PEF 시장이 성숙하면서 2010년 이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딜(거래)이 증가했고, 이제 손 바꿈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대형 매물이 넘쳐나지만 모두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우선 M&A 시장에서 인수자로 나설 만한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가, 규제 등 외부 환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다는 항공 산업 특성상 PEF가 눈독 들일 만한 매물이 아니다. 시장에선 일부 대기업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선뜻 나서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그동안 수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반면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태림포장 등 시장에서 지배력을 갖추고 현금창출능력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글로벌 PEF 등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PEF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자금력이 탄탄해지면서 사모펀드 보유 기업을 다른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세컨더리 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4월 매각이 결정된 국내 최대 제약유통회사 지오영을 글로벌 PEF 블랙스톤이 국내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국내 알짜 기업이 대거 글로벌 PEF로 넘어가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넥슨 공개매각 때도 글로벌 PEF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고, 웅진코웨이, 두산공작기계, 태림포장 등 기업도 해외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본에 국경이 없다지만 알짜 기업의 해외 매각은 일자리 창출, 기술 유출 등 문제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M&A 시장에 매물이 많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SI(전략적투자자)가 지갑을 닫을수록 글로벌 PEF의 활약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나마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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