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후보가 유권자 골라? '게리맨더링' 법원 넘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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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 "정치적 영역 개입불가"… 인종 차별, 인구 편차 심할 땐 기준 제시하기도

2017년 10월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게리맨더링 하지 않는 평등한 선거구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AFP2017년 10월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게리맨더링 하지 않는 평등한 선거구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AFP


"정치인이 유권자를 선택해선 안된다. 유권자가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 직전 공화당의 '게리맨더링'을 의식해서 한 말이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 특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선거구 획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락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리맨더링은 줄곧 논란에 시달려왔다.

최근 미 연방대법원은 게리맨더링이 정치적 영역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27일(현지시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주 의회가 그들의 지역구에서 (선거구를 가르는) 선을 긋는다면,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어도 그건 법원이 중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게리맨더링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한 셈이다.



텍사스 15 선거구. /사진=텍사스 주정부 홈페이지.텍사스 15 선거구. /사진=텍사스 주정부 홈페이지.
게리맨더링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상대당 지지층을 일부 지역구에 몰아넣는 방식(packing)과 여러 지역구로 분산해 영향력을 희석시키는 방식(cracking)이다. 한 예로, 공화당은 텍사스에서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히스패닉을 15구로 몰아넣는 방법을 취했다. 이 때문에 텍사스 15구에 거주하는 히스패닉 비율은 82%에 이른다. 민주당도 일리노이주에서 민주당 성향의 도시 지역은 여러 선거구로 분할하고 공화당 성향의 교외 지역은 하나로 묶는 방법을 썼다.

10년마다 달라지는 선거구는 내년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중간선거에 앞서 정해진다. 이 때 정해진 선거구는 다시 10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각 정당으로선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때문에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큰 의미가 있다. CNN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게리맨더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써 양 정당에 균등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향후 10년간 공화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법체계는 우리나라와 달리 보통법(common law system)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도 법률과 같은 지위를 가진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연방대법원은 1946년까지 "선거구 획정은 전적으로 주 의회의 권한이기에 법원은 정치적 상황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후 대법원은 기존의 견해를 뒤집고 게리맨더링에 대한 일종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1962년 대법원은 "선거구별 인구 격차가 너무 심하면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1983년 뉴저지 주 의회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5% 이상으로 너무 크다"며 특정 기준을 내놓기도 했다. 1993년에는 흑인밀집지역에 두 개의 선거구를 배정한 경우에 대해 "선거구 모양이 극도로 불규칙해서 전통적인 선거구 획정의 원리와 무관하게 특정 인종을 격리시킬 시도 이외의 뜻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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