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자사주 매입한 삼성전자 임원들, '대~박'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6.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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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69>“주식투자는 이렇게 하는 거야”…반도체주 매수 타이밍은 5월이었다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5월에 자사주 매입한 삼성전자 임원들, '대~박'


주식투자에 있어서 가장 널리 알려진 투자전략을 꼽자면 아마도 ‘바이 로우, 셀 하이’(Buy low, Sell high)일 것이다. 주가가 낮을 때(떨어질 때) 사서 높을 때(오를 때) 팔라는 아주 간단명료한 전략으로 삼척동자도 이해할 만큼 쉽다.



그러나 이 전략을 실전에 적용할 땐 180도 달라진다. ‘바이 로우, 셀 하이’의 전제조건인 주가가 언제 낮고 언제 높은지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가 바닥인지 혹은 꼭지인지 알 수 없기에 ‘바이 로우, 셀 하이’는 실전에선 공허하기가 짝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가의 바닥과 꼭지를 찾으려고 온갖 애를 쓴다. 누구는 회사의 재무제표에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는지 샅샅이 뒤져보고(=기본적 분석가), 또 누구는 회사를 직접 탐방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애널리스트).



어떤 사람은 주가 그래프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으려 하고(=기술적 분석가), 또 어떤 사람은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승과 하락을 이끄는 요인을 뽑아내려 한다(=퀀트 투자자).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주가의 바닥과 꼭지를 포착하지 못했다. 확률적으로 승률이 누가 조금 더 높으냐 낮으냐 정도의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임원들 중에는 주가 바닥을 꼭 짚어내는 능력자가 있는 듯하다. 올 5월에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 등 일부 삼성전자 최고위층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게 그야말로 '대~박'이 됐다. 주식매매 결과만 보면 이들은 주가 바닥을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DS)부문 대표인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5월 중순 자사주 2만5000주를 주당 평균 4만2882원에 총 10억7205만원 어치를 매입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임원 중 오너가인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관련기사: "부회장 10억원 매수", 삼성전자 임원들 자사주 매입 러시…주가 바닥 신호)


그 직후에 IM(IT·모바일)부문장인 고동진 사장이 2만5000주를 주당 평균 4만2662원에 총 10억6655만원 어치를 매수했다. 삼성전자 사업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을 이끌고 있는 두 수장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당시 주식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또 한 편으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관련기사: 삼성전자 경영진 자사주 10억씩 매입…실적개선 신호?)

김 부회장과 고 사장의 자사주 매입 전후로 강봉구 부사장과 이원진 부사장도 각각 2000주(주당 평균 4만2787원), 2만2500주(주당 평균 4만3494원)를 사들였다. 이들의 총 매입금액은 각각 8557만4000원과 9억7862만5000원이었다. 그리고 6월 초에 윤창훈 상무가 자사주 2000주를 주당 평균 4만2500원에 총 8500만원 어치를 매수했다.

5~6월에 삼성전자 자사주 매수에 나선 임원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4만2000원대다. 6월 28일 종가는 4만7000원으로 이들은 한 달새 각각 평균 10% 가량의 자본이득(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 예컨대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 둘 다 평가차익만으로 1억원을 챙겼다. 한 달 투자로 상당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5~6월에 자사주를 매수한 임원들은 주당 354원(예상)의 중간배당금을 보너스로 챙기면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간배당금을 더하면 김기남 회장의 총 투자수익은 1억1180만원으로 올라가고, 고동진 사장은 1억173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6월 중간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는데, 직전 분기와 동일한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6월 26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는 주당 354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결국 5~6월에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들은 평균 10%에 달하는 자본이득(평가차익)에 약 0.8%의 배당수익까지 더해 11%에 가까운 투자수익을 얻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의 총 투자수익은 10.43%이고 고동진 사장은 이보다 약간 높은 11%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주는 올해 내내 언제 바닥인지, 언제 반등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돼 왔다. 지금까진 반도체 경기가 올 하반기에 회복한다는 전망이 대세였는데(☞관련기사: "기다리면 오를까?" 반도체 업황 개선에 건 기대), 최근에 와서는 회복시기가 내년으로 더 미뤄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관련기사: 갈수록 캄캄 반도체 업황…내년 장비투자 증가가 희망?)

반도체주의 바닥을 찾는데 조그만 실마리라도 있으면 붙잡을 판에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 주가가 5월에 바닥을 찍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의 자사주 매입은 한 달새 평균 10%가 넘는 투자수익을 내면서 ‘5월 주가 바닥’ 신호에 강한 신뢰감을 더하고 있다.

회사의 중요한 정보에 대해 외부자들은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처지다. 이에 반해 경영자와 회사 임원 등 내부자들은 기업의 미래 이익 전망에 대해 훨씬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재무학에서는 이를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al asymmetry)이라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자가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는 행위는 외부자에게 기업의 미래 이익이 회복될 거라는 긍정적인 확신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재무학에서는 이를 ‘신호이론’(Signaling theory)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5월에 자사주를 매입한 삼성전자 임원들이 정말로 주가 바닥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수한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운이 억수로 좋았던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5월에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삼성전자 임원들은 주식투자를 하는 많은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칠 순 있을 것이다.

“주식투자는 이렇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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