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100원 할인? 민심 잃은 '쪼잔한' 마케팅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6.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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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 박기자]마케팅 역풍(逆風)…분노한 소비자는 불매운동까지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착순 100원 할인? 민심 잃은 '쪼잔한' 마케팅

'반값 할인' '선착순 할인쿠폰 증정'

누구나 한 번쯤은 혹했을 법한 할인 이벤트 문구들. 최근 이 같은 이벤트 마케팅이 업계 전반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라면 쌍수 들고 환영할 이벤트지만 도리어 역풍을 부르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불편한' 이벤트 마케팅이 소비자의 심기를 건드려서다. 특히 민감한 사회 이슈나 대중의 정서를 읽지 못한 마케팅의 경우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연이은 구설에 휘말렸다. 배민 측이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에게 '00이 쏜다'라는 1만원 할인 쿠폰을 다량으로 제공했다가 '특혜' 논란에 휩싸인 것. 소비자들은 "왜 고객인 우리보다 유명인에게 특혜를 주냐"며 분노했다.



논란이 일자 배민 측은 지난달 19일 "배달의민족이 지급한 '00이 쏜다' 쿠폰을 보면서 실망하신 많은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 앞으로 '쏜다 쿠폰'은 전면 중지하고 배민을 이용하시는 분들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며 "때때로 이번처럼 잘못하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꾸짖어주시면 귀 기울여 듣고 얼른 알아차리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배민 측 사과에도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논란이 된 '100원 쿠폰 이벤트' '여성혐오 마케팅' 등이 재언급되며 소비자들의 비난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앞서 배민은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1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소비자들에게 쓴 소리를 들었다. '이벤트'라고 칭하기 민망할 정도의 할인 금액이었기 때문. 그뿐만 아니라 100원 할인 쿠폰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 주문금액은 1만원 혹은 그 이상이었다.

직장인 김혜진씨(가명·32)는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고객을 뭘로 보고 이런 이벤트를 진행한 건가"라며 "100원 할인인데다 선착순에 주문금액 제한까지…. 정말 쪼잔한 마케팅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배민은 '여성혐오'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배달의 민족 신춘문예'에 미투 운동을 희화화한 출품작이 등장해 빈축을 샀다. 출품작은 "제 다리를 보더니 침을 삼키면서…치킨 미투운동", "저도 당했어요 - 미트(meat)운동"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밖에도 '세탁법은 엄마에게 물어보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저희의 생각이 짧아 세심하게 주의하지 못한 부분은 반성하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성 편견으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에 공감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지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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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란이 부각되며 소비자들은 배민을 탈퇴하고 앱을 삭제하는 등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수년간 한 달에 20번 이상 배민을 이용했다는 이영진(가명·33)는 "장기 고객에겐 관심이 없고 신규 고객에게 혜택을 몰아준다. 항상 가장 높은 회원 등급을 유지했는데도 500원, 1000원짜리 쿠폰 몇 개가 전부다. 이마저도 기간과 최소 주문금액이 제한돼있다. 이제 배민 아닌 요기요를 쓸 생각이다"고 말했다.

배민을 탈퇴했다는 직장인 강슬기씨(28)는 "유명 연예인, 인플루언서들한테는 1만원 쿠폰 막 뿌리면서 정작 실사용자에겐 혜택을 전혀 주지 않는다. 과거 여혐 마케팅이 온라인서 화제가 되는 걸 보고 한 번 탈퇴했는데 또 탈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소셜 커머스 위메프도 '반값 할인' 마케팅으로 뜻하지 않은 역풍에 휘말렸다. 위메프는 지난해 10월 에어팟 총 800개를 9만9천원에 판매하는 특가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서버접속 장애가 발생,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결제 단계에서 대기화면이 이어지다 '품절' 메시지가 뜨면서 구매가 취소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했다.

급기야는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 게시판에는 '위메프 대국민 사기극 처벌해주세요', '국민을 농락한 위메프 서버 조사가 시급합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위메프 불매운동합시다' 등의 글이 잇따랐다.

'마케팅 역풍'은 해외에서도 불었다. 지난해 맥도날드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리기 위해 자사 상징인 'M'을 로고를 'W'로 뒤집었다. CNN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 웬디 루이스는 "맥도날드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의 상징을 뒤집었다"며 "모든 곳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특별한 업적들을 기리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마케팅은 비난에 직면했다. 미국의 한 시민운동가는 "맥도날드 시스템은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라며 "이런 싸구려 홍보보다 진짜 변화를 위한 뭔가를 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역풍'을 피하기 위해선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서 '진정성 마케팅'을 통해 "좋은 제품을 잘 알리기 위해서는 말로만 떠드는 마케팅이 아니라 기업의 탄생 스토리, 철학, 열정, 소통 등 핵심에 집중하고 진정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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