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2만명 울린 '개미 도살자' 재판에…"1000억원대 피해"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9.06.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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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이씨 등 경영진 4명 구속기소…피해액 환수 나설 예정

소액주주 2만명 울린 '개미 도살자' 재판에…"1000억원대 피해"


우량 중소기업을 자기 돈 한푼도 들이지 않고 인수합병(M&A) 한 뒤에 회사자금을 통째로 빼돌려 소액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이른바 '개미 도살자'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태권 부장검사)는 28일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 속칭 '개미 도살자'로 알려진 코스탁 상장회사 지와이커머스의 실질사주 이모씨(62) 등 경영진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영진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심각한 수준의 '조직적 경제범죄'로 판단하고 압수수색, 계좌추적, 공시·회계자료 분석, 관계인 조사 등 광범위한 수사에 나섰다.

이씨는 코스닥 상장사 지와이커머스를 무자본 인수 후 회사자금 500억원을 빼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4월 지와이커머스를 무자본 인수한 뒤 자신의 친·인척, 친지들로 하여금 회사를 장악하게 하고 회사 보유 자금 약 500억원을 페이퍼컴퍼니에 대여를 가장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이씨는 지난 2011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회사를 인수해 수백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려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출소 후 L·K회사를 순차적으로 인수해 그곳에서 빼낸 자금을 기반으로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했다. 그로 인해 L·K가 부실화돼 상장폐지 상태가 됐다.

최근에는 지와이커머스에서 자금을 빼내 조선기자재 제조업체인 H를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고이율의 단기사채를 동원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경영은 도외시한 채 자금만 빼내 곧바로 다음 타깃을 노리는 전형적인 '묻지마식 기업사냥'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타깃이 된 회사는 과다한 부채, 자본잠식으로 황폐화돼 상장폐지나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주식은 거래정지로 휴지조각이 됐다. 전체 피해액은 1000억원대로 소액주주는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씨는 스스로 수억원대 연봉을 책정해 중복 지급받거나 벤츠마이바흐 등 최고급 차량을 회사명의로 리스하고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엄단하고 횡령금 사용처 등을 철저히 규명해 환수가능한 금액을 최대한 환수 및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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