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단독]'썬연료' 최대주주, 차명주식 100억대 증여세 불복소송…판결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9.06.27 06:00
의견 1

글자크기

[the L] 현창수 대표 4남매, 고 현진국 회장 차명주식에 100억대 과세불복... 1심서 전부승소

/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부탄가스 시장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썬그룹의 현창수 대표이사 등 4남매가 당국의 100억원대 증여세 과세에 불복해 소송을 내서 1심에서 전부승소했다. 현 대표의 부친인 고 현진국 회장이 차명으로 넘겨준 주식에 대해 과세당국이 뒤늦게 세금을 부과했지만 부과제척기간(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등 이유에서다. 상속세·증여세의 부과제척 기간은 15년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현 대표와 3명의 여동생 등 4명이 인천세무서 등 6곳의 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선대 경영인이었던 고 현진국 썬그룹 회장이 사망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 회장은 1998년 1월 사망한 당시 '태양', '승일' 등 현재의 썬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회사 임원 등의 명의로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현 대표 등이 이 지분을 상속받았지만 그 내역은 2016년 국세청이 썬그룹에 대한 주식변동내역을 조사할 때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차명상태가 이어지는 동안 썬그룹 계열사 일부가 합병되기도 했고 합병 이전에 현 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이들은 구주(舊株)를 소멸시키는 대가로 신주(新株)를 발급받기도 했다. 차명 주식 중 일부는 명의 대여자가 사망해 대여자의 가족들이 해당 주식을 자신 명의로 개서(주식 등 권리자 명의를 변경하는 절차)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2016년 1~4월 기간 조사를 실시하고 현 대표 등 4명이 현 회장의 차명주식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명의 대여자 및 대여자들의 상속인들이 현 대표 4남매와 새로이 명의신탁을 했다고 간주하고 101억원 상당의 증여세 및 무신고 가산세를 물렸다.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명의신탁이 있을 경우 실소유자가 명의대여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조항이 있다. 국세청은 현 대표 등이 연대납세 의무를 지는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이같은 처분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조세불복 소송이 본격 진행되기 전의 심판 과정인 조세심판원 단계에서 최초 국세청이 내린 101억원 중 81억원이 깎였다. 상속 전 명의신탁된 주식을 상속 이후에 새로이 명의신탁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른 판정이었다. 이에 과세당국은 종전의 처분을 취소하고 21억원 가량의 세금만 새로 현 대표 등에게 부과했다.

그러나 현 대표 등은 이에 대해서도 새로 불복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쟁점은 △증여세 과세 대상인 차명주식 중 일부에 대해 증여세가 제대로 부과되지 않은 채 합병 등 과정에서 신주가 교부됐을 때 이 합병신주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명의 대여자의 사망으로 대여자의 가족들에게 차명주식이 상속된 경우 실소유자와 대여자의 상속인들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당국은 합병구주에 증여세를 물리지 못했으니 합병신주에 증여세를 물린 데 대해 "현 대표 등이 최초 명의신탁을 철저히 은폐해 합병구주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은 채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다"며 "합병신주에 증여세를 과세한 조치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명의 대여자 사망으로 차명 주식이 대여자 가족들에게 상속된 경우에도 실소유자가 새로 대여자 가족에게 증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재판에서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세기본법은 조세법상 법률관계를 불안정한 상태로 두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에 따라 부과제척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 내에 과세 처분이 없으면 조세채무 자체가 소멸하는 것으로 본다"며 "최초 명의신탁 주식인 합병구주에 대해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했는지에 따라 합병신주에 대한 증여세 부과를 결정하는 것은 제척기간을 둔 국세기본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또 "명의신탁을 받은 사람(대여자)이 사망하면 그 명의신탁 관계는 재산상속인(대여자 가족)과의 사이에 그대로 존속한다"며 "현 대표 등 원고들과 대여자 가족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에 대한 합의가 없더라도 기존에 존재하던 명의신탁 약정은 대여자 가족의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봤다. 이어 "명의 대여자 가족들이 차명주식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주식 명의개서를 마치고 상속세를 신고·납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현 대표 등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대표 등은 이 세무조사를 계기로 차명주식을 전부 실제 명의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태양과 승일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은 각각 1842억원, 1787억원에 이른다. 현 대표와 3명의 여동생들은 태양과 승일 지분을 각각 56.1%, 5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건은 아직 과세당국의 항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나의 의견 남기기 의견 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