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흥행 부진에 '노심초사'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9.06.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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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부실 발생시 대주주 책임론 제기 불가피…2010년 차등감자 '악몽' 되풀이 되나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흥행 부진에 '노심초사'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흥행부진에 빠지면서 최대주주 금호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호산업이 매각에 적극 나서지 않고, 구주 프리미엄에 집착할 경우 채권단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에 대한 차등감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지분 대부분이 채권단 등에 담보로 제공돼 박 전 회장의 경영권이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간사를 선정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달 말 실사를 마무리하고 빠르면 다음달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SK 롯데 한화 등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던 후보군들이 발을 빼면서 아시아나항공 주가도 올해 고점 대비 40%가량 폭락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해야 하는 금호산업으로서는 이 같은 주가하락과 흥행부진이 반가울리 없다. 우선 채권단 실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자본 총계가 1조840억원인 반면 자본금은 1조260억원이다. 자본잠식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국내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흥행 부진과 관련해 “오너 본인의지가 아니라 재무 악화로 떠밀려 물건을 내놓은 상황이라 누가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채권단 실사 결과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9.1% 급감했고,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 시장예상치는 전년 동기 대비 63.4% 준 139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시아나항공 실사 결과, 추가 부실이 드러날 경우 경영실패 책임에 자유롭지 못한 금호산업의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보유 지분에 대한 차등감자 가능성도 높아지고, 보유 자산 가치가 크게 줄게 돼 채권단에 추가 담보를 요구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박 전 회장의 금호고속 및 금호산업 경영권도 위태로워 진다.


금호산업은 2010년 워크아웃 당시에도 차등감자를 당했다.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4억1487만주와 우선주 1116만여주를 무상소각했다. 박 전 회장 등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100주를 1주로, 소액주주와 채권단 지분은 6주를 1주로 병합했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 지분은 103만9505주(지분율 2.14%)에서 1만395주로(0.01%) 급감했고, 채권단의 지배력은 커졌다.

감자전인 2010년 10월말 금호산업 주가가 12만3563원이었음을 고려해 단순계산하면 박 전 회장 지분평가액 약 1270억원이 허공으로 증발한 셈이다.

지난 4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본잠식이 안 돼 (대주주 차등감자)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는 자본잠식이 발생하면 대주주 차등감자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딜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보니 시장의 관심이 낮은 편”이라며 “금호리조트 등의 지분이 모두 산은에 담보로 잡혀 있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삐끗하면 금호산업 경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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