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천왕 야설록 "게임으로 '제2 전성시대' 열 것"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19.06.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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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80년대 무협지 열풍 주도한 최재봉 작가 “한국형 ‘무협 어벤져스’ 선보일 것"

'야설록' 최재봉 작가/사진제공=미스터블루'야설록' 최재봉 작가/사진제공=미스터블루


“이제 무협지의 상상 속 무공을 실제처럼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독자들에게 친숙한 무협만화 속 주인공들이 함께 등장하는 ‘무협 어벤져스’ 게임을 만들어 새로운 무협 전성시대를 열겠습니다.”

1980년대 무협지 열풍을 주도한 최재봉 작가(59·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제 작품을 비롯해 황성, 사마달, 하승남 작가의 무협만화 속 주인공을 한데 모은 무협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작가는 황성, 사마달, 하승남과 함께 ‘무협만화 4대 천황’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름보다 필명 ‘야설록’으로 더 유명하다. 야설록은 최 작가가 군복무 때 침염수립에 하얀 눈이 내리던 풍경을 보고 떠올린 필명이다.



최 작가는 1982년 5월 22세 나이에 무협지 ‘강호묵검혈풍영’로 데뷔했다. 군대를 다녀와 청계천 미싱골목의 속칭 ‘무협지공장’에서 25일 만에 쓴 원고지 3500장 분량의 작품이다. 사파 출신 주인공이 무협지 최초로 죽는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데뷔 후 거의 매달 한 편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무협지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소설가에서 만화작가로 변신한 것은 1987년. 무협지가 지고 무협만화가 큰 인기를 끈 시기였다. 최 작가는 “독자들의 관심이 소설에서 만화로 옮겨가면서 편당 350만원이던 무협지의 작가료가 편당 60만원으로 떨어질 만큼 무협지 시장이 쇠퇴했다”며 “그때 연락 온 사람이 무협만화가 황재 작가였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황 작가와 함께 소설 ‘구대문파’를 기반으로 한 ‘구대문하의 영웅들’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무협만화 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이현세, 박원빈, 이상세 작가와 작업하면서 한국 만화계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특히 1993년 이현세 작가와 작업한 ‘남벌’로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남벌’이 연재된 약 2년6개월 동안 이 작가와 전화통화를 두 번밖에 안할 만큼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최 작가에게 게임개발은 두 번째 도전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첫 번째는 2010년 출시한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패(覇) 온라인’이다. 고대 동아시아의 두 영웅 치우 천황과 헌원 황제의 패권경쟁을 다룬 게임이었다. 그는 “평소 게임을 즐겼는데 2004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면서 게임도 탄탄한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게임에 푹 빠지면서 2006년 본격적으로 ‘패 온라인’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약 5년여의 개발 끝에 출시한 ‘패 온라인’은 공개 4일 만에 1만9000여명이 동시 접속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았다. 하지만 오픈 9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갑작스러운 서버 및 시스템 이상으로 게임복구가 불가능해진 것. 탄탄한 스토리와 재미를 담았지만 정작 게임개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다. 최 작가는 “게임개발 실패로 지쳐갈 때쯤 만화플랫폼 미스터블루 조승진 대표가 다시 무협만화 작업을 제안했다”며 “2015년 ‘마교’를 내놓으면서 다시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매달 무협만화를 집필하면서 한국형 무협게임 스토리와 디자인 등을 구상 중이다. 현재 밑그림을 그린 상태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임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순의 나이에 두 번째 게임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그가 꿈꾸는 게임은 ‘누가 봐도 무협지 같은 게임’이다. 최 작가는 “그동안 많은 무협게임이 출시됐지만 단순히 타격으로 경험치만 쌓을 뿐 내공, 외공 등 무협의 진정한 가치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었다”며 “무협의 향기를 제대로 표현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
'야설록' 최재봉 작가의 작품'야설록' 최재봉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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