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과민반응 안돼"…물 건너간 '더블샷' 금리인하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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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파월 "연준, 과민반응 안돼", 불러드 "금리 0.5% 인하는 과해"…7월 금리인하시 0.25%p 유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빅컷'(big cut·대폭 금리인하)은 없다.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0.25%포인트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경기지표가 극적으로 꺾이지 않는 한 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달 0.5%포인트의 대폭 금리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이 과도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연준에서 가장 비둘기'(통화완화주의)적인 위원조차 0.5%포인트 인하에 반대했다.



◇'대표 비둘기' 불러드도 "금리 0.5% 인하는 과해"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외교협회 행사 연설에서 "연준은 일시적인 변수들에 단기적으로 과민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준이 그렇게 할 경우 전망에 더 큰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적절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경제 전망과 관련해 앞으로 나오는 정보들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고, 경기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그는 "내 동료들과 내가 싸우고 있는 질문은 불확실성이 경제 전망을 압박해 통화정책 완화를 요구하는지에 있다"며 "다수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완화적인 정책의 근거가 강해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파월 의장은 "연준은 단기적인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정책이 단기적으로 정치적 이익에 쏠리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의회가 연준을 이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놨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잇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고집 센 아이'라고 비난하며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초 백악관은 파월 의장을 연준의 일반 이사로 좌천시키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키프라이빗뱅크의 브루스 매케인 수석투자전략가는 "파월 의장의 말은 경기지표에 따라 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라며 "문제는 경기지표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금리인하가 필요할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다음달 한꺼번에 50bp(1bp=0.01%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 "50bp는 과하다(overdone)"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가 큰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며 "(경기침체는 막기 위한) 보험적 조치로는 25bp 인하가 적당하다"고 했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19일 끝난 FOMC 회의에서 유일하게 금리인하를 주장하며 25bp를 내리자고 요구한 바 있다.

◇다음달말 '50bp 금리인하' 기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다음달말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64.7%, 한번에 50bp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35.4%다.

전날까진 금리가 한꺼번에 50bp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42.6%에 달했으나 이날 파월 의장과 불러드 총재의 발언 이후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다.

암울한 경기지표는 금리인하 기대를 뒷받침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1.5로 지난달 131.3에서 크게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 131.1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이날 미 장기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특히 10년물 금리는 2% 아래로 떨어졌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마크 해펠레 글로벌수석투자책임자는 "채권시장은 경기둔화를 예상하고, 주식시장은 성장지속을 기대한다"며 "연준이 금리인하 등 선제적 조치로 경기침체를 성공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시장이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9.32포인트(0.67%) 내린 2만6548.2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27.97포인트(0.95%) 하락한 2917.38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20.98포인트(1.51%) 급락하며 7884.72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모두 하락했다.

이달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망세가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만나 무역전쟁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다.

펀즈트레이트 글로벌자문의 탐 블락 전략가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 과정에서 일부 정보가 새어나올 수도 있겠지만, 진짜 결과는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불가능성'을 자신의 핵심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결과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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