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연준, '빅컷' 기대에 '찬물'…다우 0.7%↓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2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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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과민반응 안돼"-불러드 "금리 0.5% 인하는 과해"…트럼프 "이란 공격 땐 소멸" vs 이란 "외교채널 단절"

[뉴욕마감] 연준, '빅컷' 기대에 '찬물'…다우 0.7%↓


뉴욕증시가 떨어졌다. 다음달 대폭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찬물을 끼얹으면서다.



◇파월 "연준, 과민반응 안돼"-불러드 "금리 0.5% 인하는 과해"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9.32포인트(0.67%) 내린 2만6548.2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27.97포인트(0.95%) 하락한 2917.38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20.98포인트(1.51%) 급락하며 7884.72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모두 하락했다.

다음달말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5%포인트 수준의 대폭적인 금리인하, 즉 '빅컷'(big cut)이 단행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에 연준이 제동을 걸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이 과도하게 반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리를 일시에 0.5%포인트 인하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외교협회 연설에서 "일시적인 것들에 단기적으로 과민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준이 그렇게 할 경우 전망에 더 큰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적절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경제 전망과 관련해 앞으로 나오는 정보들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고, 경기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그는 "내 동료들과 내가 싸우고 있는 질문은 불확실성이 경제 전망을 압박해 통화정책 완화를 요구하는지에 있다"며 "다수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완화적인 정책의 근거가 강해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파월 의장은 "연준은 단기적인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정책이 단기적 정치적 이익에 쏠리면 타격이 생기기 때문에 의회가 연준을 이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놨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잇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고집 센 아이'라고 비난하며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초 백악관은 파월 의장을 연준의 일반 이사로 좌천시키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한편 불러드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다음달 한꺼번에 50bp(1bp=0.01%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 "50bp는 과하다(overdone). 지금 우리가 큰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보험적 조치로는 25bp 인하가 적당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19일 끝난 FOMC 회의에서 유일하게 금리인하를 주장하며 25bp를 내리자고 요구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다음달말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64.7%, 한꺼번에 50bp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35.4%다.

전날엔 한꺼번에 50bp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42.6%에 달했으나 이날 파월 의장과 불러드 총재의 발언 이후 기대치가 낮아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다.

암울한 경기지표는 금리인하 기대를 뒷받침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1.5로 지난달 131.3에서 크게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 131.1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트럼프 "이란 공격 땐 소멸" vs 이란 "외교채널 단절"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이란의 어떠한 공격에도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 대한 어떠한 이란의 공격도 강력하고 압도적인(overwhelming) 힘에 의한 대응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어떤 지역에서 이것은 '소멸'(obliteration)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날 나온 이란의 아주 무지하고 모욕적인 발언은 그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한 연설에서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해 '정신적으로 모자란'(mentally retarded)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전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에 대해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제재를 발동했다. 조만간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추가제제가 가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다른 이란 관리들을 겨냥한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양국의 외교 채널을 영구히 단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군의 드론(무인기)이 이란군의 공격에 격추되자 보복 공격을 명령했다가 공격 직전 대규모 인명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취소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유럽 주요국 증시도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 거래일보다 0.39포인트(0.10%) 내린 383.40에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46.13포인트(0.38%) 떨어진 1만2228.44,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7.14포인트(0.13%) 하락한 5514.57을 기록했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5.74포인트(0.08%) 오른 7422.43으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혼조세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7센트(0.1%) 내린 57.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원유시장의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8월분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현지시간 밤 9시52분 현재 배럴당 98센트(1.51%) 오른 65.84달러를 기록 중이다.

달러화는 강세였다. 이날 오후 4시5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0.19% 오른 96.16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도 올랐다. 같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은 전일 대비 0.60% 상승한 온스당 1426.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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