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쏠린 눈…흔들리는 국제유가, 안전지대는?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6.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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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미국, 이란과 교착상태 나쁘지 않아 장기화 가능성…석유개발 업종 주목"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을 겨냥한 추가 제재 행정 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을 겨냥한 추가 제재 행정 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과 중국에 집중됐던 시장의 시선이 중동을 향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망세가 우세하던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국제유가의 변동성에 주목, 중동발 변수에 대한 안전지대를 찾는 모양세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4.69포인트(0.22%) 하락한 2121.64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까지만 해도 2130선까지 올라가며 오르는 듯했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방향을 바꿨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7.67포인트(1.07%) 하락한 710.02에 거래를 마쳤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망세를 유지하던 시장이 미국과 이란의 관계 악화에 따른 위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이란이 미군의 무인기(드론)를 격추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동했다. 대이란 추가 경제제재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이란 고위 지도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의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 밖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금융기관 및 무역회사, 유럽 국가와 직거래를 위해 이란 중앙은행이 발족한 특수무역재정회사(STFI) 등에 대한 제재도 가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우려한 듯 각국에 자국 유조선을 스스로 보호하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원유의 91%, 일본은 62%를 그 해협에서 얻고 있고, 많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나라는 항시 도사린 위험으로부터 자국 선박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왜 우리가 수년 동안 다른 나라들을 위해 (원유 수송) 선로를 아무런 보상도 없이 보호해왔는가.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기 때문에 그곳에 있을 필요조차 없다"고 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란에 대한 제재는 미군이 중동 해역에서 다른 나라 선박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며 "G20 회의를 앞두고 미-중간 극적인 타결에 대해 기대보다는 경계감이 우세한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위험 고조는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국제유가는 글로벌 공급 리스크 심화를 이유로 급등전환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봉쇄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은 국제원유 유동량의 19.2%, LNG의 33.3%를 담당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관문인데다, 인근 시설을 파괴할 경우 글로벌 원유수요 대비 공급 충격 정도가 14%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면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과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압박 카드를 썼지만 실제 봉쇄한 적은 없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전쟁을 원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이란이 핵협정 탈퇴 카드까지 내놓은 만큼 단기간 내에 이란과 미국의 갈등은 해결될 가능성이 낮으며 국제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정세 불안은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용구 연구원은 "과거 경험칙을 따를 경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는 지속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를 채근할 개연성이 크다"며 "주요 중동 사태의 교훈은 대부분 유가 레벨의 기조적 변화보다는 변동성 확대 쪽이 앞섰다"고 설명했다.

한윤지·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연초 이후 이란의 산유량은 하루에 30만배럴 줄었지만, 미국은 50만배럴 늘렸다"며 "이란이 감소할 산유량은 많지 않은 반면 미국은 하반기부터 증산 속도가 가팔라질 전망으로 유가의 변동성 확대는 피할 수 없지만, 미국발 증산과 수요 둔화 우려에 상방 경직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변동성 확대를 지속할 경우, 미국의 원유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현재의 교착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을 피한 상황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미국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용구 연구원은 "국제 에너지 시장 패권 장악을 위한 미국의 중장기적 노림수는 그동안 지리멸렬 행보를 반복했던 원유 및 가스 관련 밸류체인의 총체적 투자 확대로 파급될 공산이 크다"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의 실질적 안전지대로 해외 석유개발(E&P) 건설(삼성엔지니어링), 유정·송유관(현대제철·휴스틸·세아제강), 굴삭기·굴착장비 부품(진성티이씨), 피팅(성광벤드) 관련주 등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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