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널리스트는 노동자 아닌가요?"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6.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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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는 노동자 아닌가요?"

최근 고용노동부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을 주52시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자 한 애널리스트가 토해 낸 불만이다.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특수직종이라고 해도 노동자에게 보장된 보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냐는 한탄이었다.

물론 그의 불만이 모든 애널리스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애널리스트는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종이다. 주식 종목에 대해 분석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자신의 성과만큼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재량근로제로 근로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이 더 낫다는 애널리스트도 많다.



많이 벌 것이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냐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 체제인 애널리스트 업계에서 이런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초과근무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만으로도 업무가 벅차다.

보통 오전 6~7시에 출근하면 전날 해외 주요 증시 동향을 체크하고 오늘 증시 흐름을 분석한다. 낮 동안에는 기업탐방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법인영업을 하기도 한다. 주요 업무 중 하나인 보고서 작성은 저녁 시간으로 미뤄지기 일쑤다. 고객과의 술자리도 잦다. 심지어 "잠 자는 시간 빼고는 다 근무시간"이라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워라밸이 될 리 없다.



최근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이 과거에 비해 큰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불만을 가중시킨다. 높은 보수를 담보로 과도한 업무가 용인되는 직업이었지만 이젠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애널리스트는 일부분이고,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애널리스트 평균 연봉이 4000만~5000만원인 곳도 상당하다.

주52시간 제도로 근무강도나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거라 기대하는 애널리스트는 별로 없다. 그래도 몇몇 증권사에서는 애널리스트의 주말 출근을 자제 시키거나 밤 사이 해외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면 다음날 늦게 출근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더 많이 일하고 싶은 애널리스트도 있지만 더 나은 근무환경을 원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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