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스펙' 논란 황교안, "점수 낮춘 건 거짓말 아냐" 해명 역풍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6.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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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머니투데이DB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머니투데이DB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황 대표가 해명하면 할수록 청년들의 분노는 오히려 커지는 상황. 황 대표가 청년들의 취업난과 고민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 채 '황당 변명'을 이어간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황 대표는 자신의 '아들 스펙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상태다.

◇"무스펙으로 대기업 입사…그게 내 아들"=지난 20일 황 대표는 숙명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내가 아는 청년이 학점도 3점이 안 되고 토익도 800점 정도였는데 취업을 했다. 졸업 후 15개 회사에 서류를 냈는데 10개 회사 서류심사에서 떨어졌고, 5곳은 최종합격했다"며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 아들은 KT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민감한 '청년 취업' 문제를 건드린 탓이었다. 누리꾼 A씨는 "황 대표의 발언을 보자마자 '지금 약올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 80장 쓰고도 아직 취업을 못 한 나로선 황 대표의 말 한글자 한글자가 화난다"고 분노했다.

누리꾼 B씨는 "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떡하냐. 공감능력이 하나도 없다"며 "여대 가서 스펙 없이 대기업 간 남자 이야기한 것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황교안 아들'이 사실상 최고의 스펙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 누리꾼 C씨는 "검사장 출신의 아빠를 둔 아들이 기업 법무실 들어간 것 자체가 '황교안 아들'이 스펙이란 증거다"라고 지적했다.

학점과 토익 점수가 낮은데도 KT에 입사했다면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3월 황 대표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한 KT 새 노조는 성명을 통해 "KT는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그 아들이 KT 법무실에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황 대표 아들이 입사 2년차에 법무팀에 배치된 경위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은 아들 점수 더 높아…학생들 고정관념 깨려"=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지난 2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려 "어제 숙명여대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는데 청년들과 대학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펙 쌓기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마음에 아들 사례를 들었는데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있었다"며 "취업 당시 아들의 학점은 3.29, 토익은 925점이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강연 때 아들의 학점과 토익 점수가 사실보다 낮춰 소개했다는 설명이었다. 황 대표의 해명은 곧 '아들 스펙 거짓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황 대표가 거짓말로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을 기만했다는 지적이 빗발친 것. 누리꾼 D씨는 "아들 자랑을 참 신기하게 한다"며 "금방 들통날 거짓말로 취업준비생들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아들을 사례로도 들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고 ", "고정관념을 깨려고 했으면 '사실'을 가지고 깨려고 해야지, 거짓말로 깨려고 하는 게 말이 되냐", "토익 925점이면 낮은 스펙도 아니구만. 청년들을 더욱 욕보이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높은 점수 낮춰 말했는데 왜 거짓말?"=아들 스펙을 '거짓말'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황 대표는 24일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며 반박했다. 높은 점수를 낮춰 말한 것은 악의적인 거짓말로 보기 어렵다는 맥락에서 한 말로 풀이된다.

황 대표의 이같은 해명에 누리꾼 E씨는 "'거짓말'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그게 거짓말이다. 점수를 낮추고 높이고는 중요치 않다"며 "한 달에 1000만원 버는 사람이 600만원 번다고 하면 거짓말 아닌가? 참 답답하다"고 했다.

누리꾼 F씨는 "황 대표는 아직도 뭐가 문젠지 모르나 보다"라며 "실수라면 변명은 그만하고 솔직히 인정한 뒤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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