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 여신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DGB대구은행의 지난 1월 기준 대구·경북 지역 여신 점유율은 24.8%로 2017년 1월(27%)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 수신 점유율도 하락 추세다. 제주은행과 경남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지방은행은 최근 2년 간 각 거점지역에서 최소 0.2%포인트에서 최대 7.7%포인트까지 수신 점유율이 떨어졌다.
일각에선 지방은행들의 수도권 진출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지역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역에서 양질의 대출수요가 줄었고, 그나마 안정적 대출처가 남아 있는 수도권으로의 진출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7년 1분기 31.8%였던 수도권 여신 비율이 올해 1분기 34.5%로 2.7%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광주 지역 여신 비율은 49.8%에서 48.4%로 줄었다.
지방은행의 수도권 영업 확대보다 금융 당국의 정책과 시중은행들의 지방 영업 드라이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는 15% 올리고, 자영업을 제외한 기업대출 위험 가중치는 15% 낮춘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응한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중소기업 대출처를 찾아 지방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친 결과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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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수도권 진출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각각 2016년과 2017년을 끝으로 수도권에 신규 점포를 내지 않고, 기존 점포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예대율 규제 강화 등 전체적인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시장점유율 추이를 예의 주시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강화로 은행의 비대면 영업이 일상화하면서 지방 고객들의 은행 선택권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며 "금리 등 혜택을 꼼꼼히 따져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을 선택하는 게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 점유율도 하락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지방은행들이 존립 기반인 거점지역의 점유율을 지켜야 하는 당위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연고지역에서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증대시키면서 수도권 영업을 해야 한다"며 "같은 금액이라도 연고지역에서 증가분이 생기는 게 지방은행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지방은행들이 앞다퉈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면서 거점지역 영업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수도권 틈새시장 공략은 계획대로 진행하되, 거점지역에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