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2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25만명(주최 추산)이 넘는 체코 시민들이 수도 프라하 레트나 플레인 공원에 모여 부패 사건에 연루된 바비스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억만장자인 바비스 총리는 농업 재벌기업 '아그로페르트'의 창업자로, 체코에서 두 번째로 부자다. 재무부 장관을 지내다 지난 2017년 총리직에 올랐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기업인 출신인 데다가 반유럽연합(EU)·반이슬람·반이민·반부패 등의 포퓰리스트 공약을 내세운 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았다며 '체코 트럼프'라고 부르기도 했다.
바비스 총리는 경찰의 수사 발표 후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고 측근을 앉히면서 삼권분립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또 아그로페르트는 체코 최대 일간지 두 곳을 소유하고 있는데 언론 중립성도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비스 총리는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체코 공화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체코 시민들은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4월부터 퇴진 요구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위대는 아그로페르트가 정부로부터 과도한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특혜를 중단하고 보유한 언론사를 매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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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가자인 사이몬 바르치는 "우리가 지난 30년 간 다져온 민주주의를 그가 파괴하려고 한다"면서 "법치주의가 지켜지지 않던 동구권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코 야당도 오는 26일 바비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부쳤지만 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설립한 정당 '불만 있는 시민들의 행동(ANO)'이 아직도 의석수를 제일 많이 차지한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ANO는 부패 스캔들 논란이 이미 확산된 지난달 말 열린 EU의회 선거에서 핵심지지층인 중장년층과 농촌의 지지에 힘입어 여당 자리를 유지했다.
체코 마사리크 대학의 루보미르 코포체크 정치학 교수는 "바비스 총리가 이번 시위를 견디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오랜 기간 집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