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성공하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9.06.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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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선 반드시 경제성장이 전제돼야…성장률 반등 위한 특단의 대책은 SOC 투자 확대뿐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소득주도성장 성공하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민간설비 및 건설투자도 부진해 이런 분야에 관해 하반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책·민간 연구기관장 간담회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하반기 한국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만 해도 하반기에는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던 홍 부총리가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며 우려섞인 발언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 및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으로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다음 달 기재부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최소한 2% 중반대로 낮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2% 중반의 성장률도 하반기에 어느 정도 경기가 반등해야 가능한데, 현재 글로벌 경기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데다, 최근 반도체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올해 반도체 가격 하락은 지속될 것이고, 내년 중반은 돼야 가격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경제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며, 수출에 대한 의존도, 그 중에서도 반도체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6월 20일까지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7.7%를 나타내고 있으며, 7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로 인해 지난 1분기 수출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를 기록했고 이는 2015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즉, 우리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제는 한국경제 성장률을 깎아먹는 상황이 되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란 결국 내수 경기를 살리는 일인데, 그 중에서 설비투자는 주로 제조업 수출에 연계되어 있고, 민간소비 부문도 단기간에 국내 경제를 부양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이처럼 수출도 꺼져있고,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도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결국 정부지출과 건설투자가 전부다. 그러나 지난 1분기 정부 부문의 성장률 기여도는 전기 대비 -0.6%포인트로 설비투자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다. 이는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의미이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는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할 수있다.

더 심각한 것은 건설투자 부진이다. 건설투자 부문이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한 비율(성장기여율)은 2015년 35.7%, 2016년 48.3%, 2017년 34.4%에 달했다. 그러나 2018년에 이것이 –25.9%로 반전했고 지난 1분기에는 이것이 –58.8%까지 악화됐다. 이는 성장률의 절반 정도를 담당했던 건설투자가 이제는 성장률을 절반 이상 깎아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가계소득 확대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근로자가구 소득이 늘어나고, 특히 중산층의 소득이 개선되는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 고용 측면에서도 고용률은 상승 추세에 있고, 취업자수도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보험 가입자수나 상용근로자 및 비정규직비율 등 전반적인 고용안정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성장률이다. 더구나 올해는 문 정부가 직접 예산을 편성한 첫 해인데다 대통령과 경제당국자들은 올해 분명히 국민들이 체감할 경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누차 공언을 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부진하게 나온다면 소득주도성장은 빛이 바랠 뿐만 아니라 경제 성과를 장담했던 정부도 국민 앞에 할 말이 없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선 반드시 경제성장이 전제돼야 하며, 성장률 제고를 위한 플러스알파(+α)가 필요하다. 그 플러스알파는 바로 정부 지출을 통한 대형 SOC사업을 추진하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그간 한국경제가 3%내외의 안정된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대형 SOC 사업들의 역할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종시 건설부터 시작해 수도권 2기 신도시 건설, 4대강 사업, 호남 및 강릉 KTX 건설, 평창올림픽 인프라 구축 등 매시기마다 굵직굵직한 대형 SOC 사업들이 경제성장률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건설투자가 생산과 고용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타산업에 비해 크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최종수요가 한 단위 증가했을 때 각 산업 부문에서 직간접으로 유발되는 산출액인 생산유발계수는 전산업 평균 1.813인데 반해 건설업은 1.997로 가장 높다. 또한 1단위의 최종 수요(10억원)가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는 전산업 평균 11.8명인데 반해 건설업은 12.5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SOC 예산은 지난 2015년 24조8000억원에서 2016년 23조7000억원, 2017년 22조1000억원, 2018년 19조원, 2019년 19조8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더구나 전체 정부 예산이 2015년 375조원에서 2019년 470조원까지 100조원 가량 증액된 것을 감안하면 SOC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타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문 정부는 전통적인 SOC 사업 대신 국민생활과 밀접한 생활형 SOC투자를 2020~2022년까지 30조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노후화 된 SOC 시설을 관리 보수하는 데 2020~2023년까지 총 32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가 4대강 사업 부작용에 대한 트라우마로 전통적인 SOC 사업을 기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앞서 생활SOC와 노후 SOC 투자를 추진하는 이유도 넓은 관점에서 보면 SOC 투자의 필요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소득주도성장의 전체적인 방향은 틀리지 않다. 혁신성장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신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공정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경제정책은 단기간에 경제성과를 내기 어렵고, 당면한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전통적인 SOC에 대한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4대강 사업처럼 터무니없는 토건 사업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꼭 필요한 도시 교통망을 구축하고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될 통신 및 전력망 등 기간 시설을 확충·개선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 주요 도시 내 수소충전소와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부터 확대·설치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24조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의 연내 착공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도심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도 일부 완화해 침체된 민간 건설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필요도 있다.

현재와 같은 대내외 경기 여건 속에서 부진한 SOC 투자를 방치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올해 약속한 경제성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날선 비판과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때마침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을 필두로 새로운 청와대 경제팀이 출범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공언한 경제 성과를 달성하려한다면 이제부터는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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