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델타항공, 한진그룹 백기사 아니길 바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6.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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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합법적인 투자 당부"

 한진칼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한진 사옥. /사진=뉴스1 한진칼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한진 사옥. /사진=뉴스1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최근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델타항공에 "한진그룹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도록 공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이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한진칼의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향후 델타항공과 KCGI의 대응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KCGI는 21일 입장자료를 통해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투자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글로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를 적용하도록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델타항공은 20일(현지 시간)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공지했다. 현재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합작사)을 만들어 양국 간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 개 지방도시 노선을 함께 운항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규제 허가가 나오는 대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델타항공의 이번 투자에 대해 시장에서는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KCGI가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강조하며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늘려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28.94%)와의 지분 차이를 좁히고 있다.

이같은 추측에 대해 KCGI는 "글로벌 항공사 시가총액 1위인 델타항공은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최대주주로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 결정구조와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의 백기사로서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과의 별도의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 위반"이라며 "델타항공이 이번 투자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KCGI는 "한진그룹은 아직까지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총수일가의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관행들이 만연해 있다"며 "대한항공 및 그룹 계열회사들에는 오너 일가의 갑질과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잔재와 비효율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후에 안타깝게도 그 문제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하게 짧은 항공기 감가상각 기간과 총수일가의 과도한 퇴직금 문제, 호텔 등 유휴자산과 비수익자산으로 인한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도 문제로 지적했다.

KCGI는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가 PWC 회계사였던 시절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감사법인의 분식회계를 고발한 경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델타항공 최고 경영자인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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