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죽은도시 되살리는 '수제맥주'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6.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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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맥주소비 줄었는데 美양조장 10년 새 5배↑
버려진 공장은 명물 되고, 지역경제도 살려

/사진=이퀼리브리엄브루어리 페이스북./사진=이퀼리브리엄브루어리 페이스북.


미국에서 수제맥주 열풍이 식을 줄 모릅니다. 1년마다 새로 생기는 양조장만 1000여개로 지난해 7000여개를 훌쩍 넘겼습니다. 일본의 300여개나 한국의 600여개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숫자입니다.

수제맥주 붐은 미국의 죽은 도시들마저 되살리고 있습니다. 버려진 산업단지와 공장에 양조장이 들어가고,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해 '시그니처' 맥주를 만들고, 관광객이 몰리자 지역 경제가 덩달아 살아나는 것입니다.



10년새 5배 폭증한 양조장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미국 양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제맥주 양조장은 7450개로 1999년(1564개)와 비교하면 10년새 5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제맥주 열풍이 더 대단한 것은 전체 맥주 시장이 2년 연속 하향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미국 맥주 판매 규모는 0.8% 줄었는데 수제맥주는 3.9% 늘었습니다. 현재 수제맥주 시장은 전체 맥주시장의 약 13%를 차지합니다.



죽은 도시 되살리는 수제맥주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양조장이 늘어나자 죽은 도시들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뉴욕주 미들타운에 위치한 이퀼리브리엄 양조장은 과거 육류포장업체 공장이 문을 닫은 후 수년간 방치됐던 산업단지에 2016년 들어섰습니다. 비행청소년이 끊이지 않고 주민들의 민원만 가득했던 이 버려진 공간은 이후 전국적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양조장은 오후 4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신제품을 출시하는 날이면 새벽 4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등 하루 방문객 수백명을 가볍게 기록합니다. 인파가 몰리자 양조장 주변에 식당들이 생기는 등 상권이 살아났습니다.

이곳을 비롯해 현재 뉴욕주에만 양조장 386개가 있습니다. 2012년 97개에서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들은 버려진 공장이나 기차역 등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뉴욕뿐만이 아닙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50개주 중 36개주에서 수제맥주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양조장들은 지역명을 딴 제품을 출시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가미한 한정판 맥주를 선보이고 있어 지역 홍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지자체들이 지역 농산물을 사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늘려준 것이 효과를 봤습니다.

양조장은 세제혜택을 비롯해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제품을 선보일 수 있고, 별로 내세울 게 없었던 도시들은 새로운 '브랜드'가 생기는 윈윈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실제로 변변한 산업이 없었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애쉬빌은 이제 '비어 시티'로 불립니다.

/사진=미국 양조협회/사진=미국 양조협회
트럼프가 강조하는 '일자리' 기여… 한국도 가능할까?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양조장의 호황은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2017년 기준 양조장들의 미국 경제기여도는 762억달러였고, 직간접 고용효과도 50만명에 달했습니다. 직접고용 인력도 13만5000여명에 달합니다.

가장 기여도가 큰 곳은 캘리포니아주로 2017년 한해에만 82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습니다. 이어 펜실베니아주가 63억달러로 2위를, 텍사스가 53억달러로 뒤를 이었습니다. 뉴욕주는 41억달러, 플로리다주도 3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미국 수제맥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2017년 폐업한 양조장은 165곳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39곳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밥 피스 양조협회 CEO(최고경영자)는 "2014년부터 매년 1000여개 안팎의 양조장이 새로 생기는 등 성장세가 견조한 데다가 수제맥주가 전체 맥주 판매 비중에서 아직 13.2%에 불과해 적어도 시장점유율이 20%를 달성할 때까지는 여전히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얼마전 주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수제맥주 업계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앞으로 우리도 지명만 대면 딱 떠오르는 고유의 맥주가 생길 수 있을지, 그리고 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인싸Eat]죽은도시 되살리는 '수제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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