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불목' 한강은 '#러닝크루'가 접수한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6.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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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한강 사용설명서]②한강, 접근성 좋고 안전…"함께 달리면 완주 기쁨 2배"

편집자주 을지로의 힙함과 익선동의 레트로감성이 이제 좀 식상하다면 이번 주말 한강은 어떨까. 2030세대들이 열광하는 크루(Crew)문화를 만나고, 즉석조리라면 등 색다른 맛과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한강의 매력에 빠져본다. 

아디다스가 운영하는 러닝 커뮤니티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이 한강과 인접한 서울숲에서 달리기를 시작한 모습./사진제공=아디다스코리아 아디다스가 운영하는 러닝 커뮤니티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이 한강과 인접한 서울숲에서 달리기를 시작한 모습./사진제공=아디다스코리아


뉴발란스가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이랜드크루즈에서 마련한 '트램펄린 점핑 피트니스' 프로그램 모습/사진제공=이랜드뉴발란스가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이랜드크루즈에서 마련한 '트램펄린 점핑 피트니스' 프로그램 모습/사진제공=이랜드
#직장인 유태종씨(35)의 '불목'(불타는 목요일)은 특별하다. 맥주 한잔 하기 부담 없는 요일이라 각종 저녁약속이 몰리는 날이지만 태종씨는 매번 한강으로 간다. 스무명의 또래 직장인과 함께 달리기 위해서다. 그는 '성수러닝크루' 멤버로 활동 중인 9년차 러너(runner)다. 뚝섬한강공원에서 청담대교, 잠실대교를 지나 8㎞를 달리고 돌아오면 한 주의 피로가 달아난다.

평일 저녁 강남역 11번 출구, 합정역 5번 출구에서 북적이던 2030 직장인들이 성수대교 북단,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한강에 '크루'(crew) 문화가 꽃 피면서다. 무리, 집단을 뜻하는 '크루'는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통한다. 주52시간 근무, 워라밸 시대에 한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루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활발한 건 러닝 크루다. 그들은 왜 한강에서 달릴까. 러닝 트레이너 런소영(본명 임소영)은 한강이 러닝크루 집합소가 된 것을 접근성과 안전성으로 설명했다. 그는 9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지닌 러닝 인플루언서이자 브룩스러닝 모델이다. 그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강은 (여의도, 압구정, 성수, 잠실 등) 어디서 출발해도 갈 수 있고, 어디로든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인도와 자전거길이 구분되고 신호등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했다. 도심을 달리는 시티런과 달리 행인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파이팅' 등 구호를 힘차게 외쳐도 문제 없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한강에서 '함께' 달릴까. 혼자 달리다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3년 전부터 러닝크루 2곳에 몸담고 있는 문정혁씨(32·가명)는 "일단 재미가 있고 완주의 기쁨이 두배"라고 말했다. 직군에 상관 없이 러닝이란 공통 취미 하나로 모인 이들이다. 그는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격려하면서 달리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이른다"며 "오며가며 만나는 다른 크루를 향해서도 보통 '파이팅', '힘내세요' 같은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러닝크루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을 모은다. 홍대, 잠실 등 지역별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특별히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 추세다. 87년생 토끼띠끼리 '톢톢'(토끼토끼를 의미하는 말)을 결성하는 등 여러 종류의 크루가 생겨나고 있다. 2030 직장인이 주 활동층이지만 대학별로도 동아리 개념의 크루가 구성되는 분위기다. 2~3곳의 러닝크루가 함께 모여 달리는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한다.

러닝크루가 활성화하면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도 바빠졌다. 러닝 수업을 열거나 사물함, 샤워시설이 구비된 '런베이스'를 제공하면서 러닝크루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나이키는 '나이키런클럽(NRC)'을 운영한다. 코칭 프로그램이자 러닝에 활용하는 앱 이름이기도 하다. 달린 시간과 거리, 동선이 표시된 NRC 앱 화면을 캡처해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일은 유행을 넘어 러너들의 일상이 됐다.

아디다스는 2017년 6월부터 러닝 커뮤니티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누적 참가자는 4만명을 넘어섰다. 기초, 중상급 등 수준별로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디다스는 또 서울숲 근처에 '런베이스'를 운영 중이다. 이용료 4000원을 내면 요가룸, 라커룸과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브룩스러닝도 러닝 프로그램 '런업'과 서울 가로수길, 상수동에 드레스·라커룸 '러닝 허브'를 운영하고 있다.


피트니스크루, 요가크루, 사이클크루도 생겨나고 있다. 뉴발란스는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이랜드크루즈에서 '트램펄린 점핑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50명의 참가자가 피트니스 강사들과 함께 트램펄린 위에서 뛰며 운동했다. 르꼬끄는 매월 정기적으로 라이딩을 함께 하는 사이클크루 '클럽드벨로'를 운영 중이다. 반포 한강공원엔 사이클 복합공간 '바운더리 반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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