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 경험 통해 삶의 기준·인생 방향 바뀌었어요"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2019.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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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수기 입상자들 얘기 들어보니…"고교·대학 진학 후에도 큰 도움"

울산광역시 진장중 장유영 수학교사와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교육부 제공울산광역시 진장중 장유영 수학교사와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교육부 제공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 장래희망은 판사나 검사 등 법조인이었습니다. 그러나 1학년 2학기 자유학기를 통해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죠. 진정 내가 즐기는 것이 역사 공부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자유학기는 비록 한 학기에 불과했지만 역사교사로서 평생의 '삶'을 살도록 한 새로운 출발점이었습니다."(엄수빈 김포외고 1학년)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그 순간마다 자유학기 때 했던 고민과 활동을 되짚어 봤습니다. 내가 성장하며 나의 고민이 늘수록 어릴 때 나에게 연습의 기회를 줬던 자유학기가 소중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이승주 서울대 재학생)



올해 처음 이뤄진 '자유학기 수기 공모전'에서 입상한 학생들의 말이다. 공모전 입상자들은 자유학기 경험을 통해 인생의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진로를 능동적으로 개척하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시험을 치르지 않고 토론·실습위주 수업이나 직업체험, 예술, 과학실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는 성적 대신 활동 내용 등 수행과정이 문장으로 기록된다. 고교 입시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시험은 없지만…'노는 시간' 아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자유학기(학년)제 운영 중학교는 모두 3219곳이다. 중학교 1학년을 통째 '자유학년'으로 돌린 중학교가 2216곳(68.8%)에 달했고 1학년 2학기 때 자유학기를 운영하는 중학교는 970곳(30.1%)으로 집계됐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연구학교(42곳)로 출발했다. 이후 2014년 811곳, 2015년 2551곳 등으로 점진적으로 늘려오다 2016년부터 전체 중학교에 의무 도입됐다. 지난해부터는 자유학기제를 1년으로 확대한 자유학년제가 운영되고 있다.

자유학기제 수업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진지하다. 최영선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연구사는 "자유학기제가 시험·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 노는 시간이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창의력 향상과 성취감 등 학습 동기부여를 위해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보이며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수업방법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수업 전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 때보다 준비를 더해야 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유학기 경험 통해 삶의 기준·인생 방향 바뀌었어요"
◇"인생에 정답은 없어…스스로 찾는 것"= 단조로운 일상과 시험에 길들여졌던 아이들은 자유학기를 접하면서 각자 관심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갖고 매력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자유학기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안산부곡중을 졸업하고 마이스터고인 공군항공과학고에 입학한 김준건 학생은 자유학기 때의 경험을 통해 삶의 목표를 세운 대표적인 사례다.

김군은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미래에 대한 꿈이 없었지만 주제선택 활동시간에 접한 '드론'을 보고 마이스터고 진학을 결심했다"며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깨달은 다음 목표를 이룰 때까지 힘겨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자유학기 시기의 과제는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국장은 "자유학기제 수업은 단순히 책에 있는 문제를 푸는 수업과는 차이가 있다"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전면 도입 이후 3년째를 맞는 자유학기제가 학교 현장에서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도시와 농촌 간 교육인프라 격차 등 지역별·소득별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교육의 최정점에 서 있는 대학 입시와의 연계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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