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이 사건의 진행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이 각기 다른 의뢰인들을 맡아 소송을 진행했는데 공교롭게도 로펌별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 탓이다.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을 기준으로만 보면 BMW, 벤츠, 포르쉐, FMK, 폭스바겐 등 5개사를 김앤장이 대리했다. 태평양은 닛산 1곳만 대리했다.
김앤장 변론의 핵심은 '처벌받을 사안이 아닌 것을 처벌했다'는 주장이었다. 배출가스 부품 등을 변경하는 것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 이것을 '변경 인증의무 위반'으로 보고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대기환경법 등 관련법령이 명시적으로 부품변경 보고가 되지 않을 때 처벌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도 김앤장 측 주장의 골자였다.
반면 태평양에서는 닛산 사건에 서울고법 판사를 마치고 법복을 벗은 강동욱 변호사(51·23기)를 비롯해 판사 출신의 김준모 변호사(46·30기), 검사 출신의 채재훈 변호사(50·31기) 등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기수의 변호사 7명만 동원됐을 뿐이었다. 태평양 측에서는 실무자의 비위 행위를 상급자들이 몰랐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리인단 진용의 화려함과는 달리 결과로만 보면 현재까지는 김앤장 측이 울고, 태평양 측이 웃었다고 볼 수 있다.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2만9000여대를 수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BMW의 경우 벌금 145억원을 선고받았고 BMW의 인증담당 직원 2명 및 BMW로부터 인증업무 위탁을 받아 처리한 자영업자 1명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배출가스 규정 위반 규모가 8200여대에 달하는 벤츠 역시 1심에서 벌금 28억원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일부 감액된 27억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벤츠의 인증담당 직원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겨우 집행유예로 풀렸다. BMW와 벤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에 있다.
물론 김앤장이 대리한 곳에서 실형선고 사례가 없었던 곳도 있다. FMK와 포르쉐는 벌금액수가 각각 500만원, 7억원으로 적었고 이번 범행과 관련해 실형 선고를 받은 이도 없었다. 특히 FMK 사건은 이미 2018년 종결됐다. 이같은 결과는 범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위반 규모가 4만6000대를 웃도는 폭스바겐 사건은 자진 입국해 수사를 받던 요하머스 타머 전 사장이 공판 이전에 독일로 도피한 후 1심 절차가 현재 중단된 상태다.
반면 태평양이 담당한 닛산의 경우 지난 3월 1심 판결에서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된 게 전부다. 닛산은 인피니티 등 2개 차종 3100여대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배출가스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닛산 법인과 함께 기소된 4명 중 인증담당 1명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는 했으나 관리자급 2명은 벌금 300만~500만원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고 또 다른 관리자급 1명은 무죄 판단을 받기도 했다. 판매대수로만 보면 포르쉐보다 많은데도 처벌 수준은 낮다. 현재 닛산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측 쌍방 모두의 불복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김앤장이 맡은 사건 중 BMW·벤츠 건은 사실심 단계는 종결됐지만 여전히 대법원에서 김앤장의 '입법불비' 주장에 대한 법리판단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반면 태평양의 닛산 사건은 지난 4월에 2심 재판부에 사건이 접수된 후 내달 16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어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부터 뒤집힐 우려는 여전히 있다. '공룡' 변호인단 김앤장이 계속 울게 될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변호인단을 꾸린 태평양이 계속 웃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