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로 얽힌 법규를 핑계로 서로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미룬 탓이다. 낙심하던 박 회장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왔다. 대한상의 임직원의 남편이 해당 부처 담당자였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직원이 그날 밤 남편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결론이 어땠을까. 그 직원의 남편이 이런 답을 내놨다고 한다. "여보, 그건 내 담당이 아니야."
정권마다 규제 완화를 외친 지 십수년. 기업인들도 이제는 안다. 아무리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펜대를 틀어쥔 공무원이 바뀌지 않으면 별 수확이 없다는 걸. 문제는 공무원을 변하게 할 방법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을 하다 보면 규제 전문가를 거쳐 결국 사회 불만세력이 된다고 한다. 박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를 방문했다가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기업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용기는 사고뭉치에서 나온다.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