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주택공급 확대 정책은 만병통치약일까

머니투데이 홍정표 부장 2019.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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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주택가격이 수 개월 간의 하락세를 멈추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주택의 희소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1000조원 넘는 시중 유동자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풀리는 수십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집값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주요 지역 집값이 오를 조짐에 지난달 서둘러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를 확정 발표하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정부도 난처하게 됐다. 그나마 낙폭에 따른 반등이고 추가 규제가 나오면 다시 안정화할 것이어서 추세전환으로 보긴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는 점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세제를 강화한 9·13대책, 주택공급 확대계획을 밝힌 9·21대책으로 서울 등 주요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안정화했다. 정부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출규제 억제 방안을 내놓는 동시에 적극적인 주택공급 확대정책이 효과를 나타낸다고 했다.
 
어느 때나 활용 가능한 명분을 가진 주택공급 확대정책이 자가보급률 100% 넘는 지금 상황에서도 효과를 나타낸다는 주장이다.
 
주택공급 확대정책은 집값 폭등기에는 공급부족이 힘을 받기에 유용한 방안으로 받아들여졌고 하락기엔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발표됐다. 이유는 달라도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주택공급 및 택지개발 계획이 발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집값 폭등기 주택공급 확대정책의 정당성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노태우정부의 200만가구 공급계획이 효과를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주택정책이 가격안정에 초점을 맞춘 경우는 주택공급 정책의 활용도가 높다.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정권 존립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정부는 지지기반 붕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주택정책을 사용했다.
 
현 정부는 전정권의 대폭적인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덕분에 주택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시기에 출범했지만 주요 지역 집값이 급등하면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주장대로 최근 2~3년간 수도권과 서울에서 주택공급 물량이 적지 않았지만 주택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충분한 주택공급이라도 수요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니 공급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택의 공급량 외에 가격, 입지,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부족했다.
 
지역을 불문하고 주택을 공급하기만 하면 시장의 수급원리가 작용해 가격이 하향안정화하리라는 환상에 젖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되더라도 공급가격이 높으면 주택가격 안정 효과는 낮아지고 수요자와 멀리 떨어진 곳의 주택공급은 기대효과 대신 부작용만 유발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의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은 로또청약을 노린 무주택자들로 인해 시세보다 높은 전셋값이 형성된 경우도 있지만 주택가격이 안정화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공급물량 자체보다 서울 강남 또는 인접지역에 시세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주택을 공급한 것이 주요했다. 주택공급 확대 자체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킨 것이 아니라 원하는 입지에 부담 가능한 가격대의 충분한 물량을 수요자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 정책으로 시장안정화를 견고히 하기 위해선 수요가 있는 곳에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최선이다. 콤팩트시티화,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 상향, 역세권 용도변경, 국공유지 및 공공청사 복합화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도심에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

[광화문]주택공급 확대 정책은 만병통치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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