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6.17/뉴스1
17일 법조계에 안팎에선 23기인 윤 후보자가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19~22기인 고검장·검사장급 간부들이 사실상 옷을 벗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23기 동기들까지 치면 규모가 20명을 훌쩍 넘을 수 있고 이들이 한꺼번에 물러나면 검찰 내 연쇄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도 자신의 저서인 '검사내전'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해 "아담과 하와가 금지된 과일을 먹은 죄 때문에 애꿎은 목수의 아들이 죽어야 했던 것처럼"이라든가 "위에서 사고를 치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모조리 욕을 먹어야 하는 기이한 상황으로 느껴졌다"고 평했다. 상명하복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를 비유한 셈이다.
윤 후보자는 59세로 당초 4명의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가운데 나이가 제일 많다. 3살에서 5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는 23기로 가장 아래다. 윤 후보자는 79학번으로 서울법대 4학년때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지만, 2차에서 떨어져 최종 합격까지 9년이 걸렸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법조인 연수를 받게 되는데 '기수'는 바로 연수원 입학 기수를 뜻한다. 이 기수 앞에서 나이나 다른 요소는 큰 고려 사항이 아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성품이 좋든 나쁘든 실력이 낫든지 못하든지 검찰조직 내에서는 기수가 절대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나이가 어리지만 기수가 앞선 다른 후보들이 되는 게 검찰 인사 순리상 맞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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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수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보니 윤 후보자에 대해 검찰 고위직에 부정적 기류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기수문화를 이번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퇴 관행은 검찰 조직에만 있는 악습 중 악습"이라면서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됐을 때부터가 사실상 파격 아니었나. 당장 기수문화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집단사퇴 같은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