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감독 '열외' MBK, "특혜냐, 특수성 인정이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2019.06.1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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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주채무계열 선정때 인정 안된 사모펀드 특수성, 금융그룹 감독서는 인정

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을 감독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사모펀드(PEF)가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사실상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금융당국은 2016년 주채무계열 선정 과정에선 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MBK 소유 기업을 주채무계열에 포함시켰다. 당시엔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당국은 지금은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금융그룹 감독 '열외' MBK, "특혜냐, 특수성 인정이냐"


◇재벌은 받는 금융그룹 감독, 사모펀드는 예외=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을 개정·연장하면서 감독대상 예외사유로 ‘전업 업무집행사원(GP)가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금융그룹’을 추가했다.

금융그룹 감독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2개 이상 금융업종을 운영하는 복합금융그룹이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면서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금융그룹은 약 15개다. 금융위는 1년마다 감독대상을 재선정한다. 소위 재벌이 소유한 금융그룹인 삼성·한화·미래에셋·현대차·DB·롯데그룹 등 7곳이 올해 재지정됐다.



개정된 모범규준에 따르면 출자약정이 9조7000억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MBK는 금융그룹 감독 대상이 되지 않는다. MBK는 과거 ING생명(현 오렌지생명)의 최대주주였다. 현재는 금융회사 보유 지분이 없지만 조만간 롯데카드 지분 60%를 인수한다. MBK가 롯데카드에 이어 추가로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를 인수하면 형식상으론 복합금융그룹에 해당한다.

이 밖에 우리금융지주와 케이뱅크 지분을 각각 6%, 9.99%를 보유하고 있는 IMM 프라이빗 에쿼티(PE),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키로 한 JKL파트너스 등도 다른 업종의 금융사를 추가 인수하면 금융그룹 감독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모범규준 개정으로 PEF는 아무리 많은 금융회사를 소유해도 통합감독 대상에들어가지 않는다.

PEF업계에선 지난해 금융그룹 감독이 첫 시행될 때 MBK 등 일부 전업 GP들이 금융당국에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PEF 운용사 협의회가 그간 건의해 온 내용을 이번에 반영한 것일 뿐 MBK만을 고려해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3년전, 3년후 무엇이 달라졌나=금융위가 전업 GP를 통합감독 대상에서 뺀 것은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재벌과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사모펀드는 재매각이 목적이며 평균 투자기간도 5~8년에 불과하다는 것. 자본시장법상 PEF의 투자기간은 15년 이내다.

금융위 관계자는 “PEF 별로 유한책임사원(LP)이 달라 투자의사 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한 금융회사나 비금융회사 중 어느 한쪽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위험이 전이되거나, 이해상충 문제가 애초부터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PEF 활성화를 추진해 온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MBK나 IMM이 아직 감독대상이 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예외사유를 미리 확정해 둘 필요가 있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설령 감독대상 기준을 충족해도 금융당국이 지정을 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를 미리 “규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특혜’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에 이행상충이나 전이위험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론스타가 미국에서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돼 감독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미국 외환은행 현지법인을 매각한 적이 있다”며 “사모펀드라고 당국이 무조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국제 기준인 ‘조인트 포럼’에서는 이종금융그룹을 소유한 비금융회사나 SPC(특수목적 회사)도 포함해 감독하라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MBK는 2016년 주채무계열 선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고민’을 안겨준 적이 있다. 이 제도는 금융회사 빚이 많은 기업집단을 따로 선정해 필요한 경우 채권은행과 이행약정을 맺는 것이다. 당시 MBK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홈플러스 자회사를 통해 MBK가 인수금융을 조달하면서 홈플러스의 금융권 부채가 주채무계열 지정 기준을 넘어섰다.

주채무계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대기업집단 중에서 고르도록 돼 있는데 문제는 MBK가 사모펀드라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MBK는 이를 근거로 제외를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주채무계열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듬해 은행업 감독규정을 고쳐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이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도록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기업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규제를 적용할 때 사모펀드의 특수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된다”며 “통합감독에서 사모펀드를 뺀 것은 정부가 사모펀드를 통한 기업 투자확대를 우선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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