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포모증후군이란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6.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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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68>"상승장 놓치고, 하락장에서 못 팔고" 스트레스 받는 투자자들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남들은 모두 주식투자로 돈을 잘 버는 것 같은데, 왜 난 맨날 돈을 잃은 걸까요?”

최근 필자에게 주식투자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증이 생겼다며 고민을 상담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 펼쳐진 증시 상승장에서 기회를 놓치고 이어진 하락장에선 주식을 못 팔았다며 자신을 크게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증시 흐름을 잘 타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데 왜 자신만 소외되는지 모르겠다며 열등감을 느낀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주식투자 자체가 근본적으로 사람에게 초조함과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이라 주식투자를 하면서 행복하다는 기분을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필자에게 고민 상담을 해온 사람은 자신이 증시 흐름을 타지 못해 돈 벌 기회에서 늘 소외되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는데, 심리학에서 인간의 이런 감정을 ‘포모(FoMO)증후군’이라 부릅니다. 포모는 제외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딴 말입니다.



포모증후군의 증상은 대개 두통, 식은땀, 초조, 가슴 답답, 불면증, 소화불량, 의기소침, 의욕부진 등으로 나타나고 심하면 열등감과 울화통, 분노 등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포모증후군과 군중심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인간은 무리를 떠나 홀로 행동하는 걸 싫어하는 습성이 있는데, 특히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할 때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거나 행동하는 걸 보고 무작정 따라 하는 경향이 큽니다. 이를 군중심리라 부르죠.

포모증후군은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외톨이가 될 때 느끼는 두려움입니다. 예컨대 자식을 여러 군데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보통 “다른 애들 다 가는데, 내 아이만 학원에 안 보낼 수 없잖아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게 바로 포모증후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난해 초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급등하자 '다들 비트코인으로 돈을 버는데, 나 홀로 소외된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 때문에 너도나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는데, 이러한 투자 광풍은 군중심리와 포모증후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에서 특정 테마주가 급등할 때 소위 '묻지마 투자'가 몰리는 것도 똑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외압에 의해 따돌림을 당하면 이른바 ‘왕따’가 되는데, 특정 무리에서 왕따가 되기 싫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하기 싫은 행동을 억지로 하는 것도 포모증후군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영학에선 인간의 포모증후군을 마케팅 기법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쇼핑센터나 마트 등에서 ‘매진 임박’, ‘한정 판매’ 등의 광고 문구를 내세워 판촉활동을 하는 걸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구는 소비자로 하여금 만약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소외당한 느낌을 들게 만들어 제품이나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합니다. ‘선착순 100명’이란 문구도 포모증후군을 이용한 대표적인 마케팅 문구이지요.

포모증후군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항상 타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평가하려는 습성에 기인합니다.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란 말이 있습니다. 서양에도 ‘옆 집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라는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이 있고요. 남이 가진 게 더 좋아 보여서 그것을 따라 하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 홀로 손해 보거나 제외되는 두려움을 느낀다면 여러분도 포모증후군을 겪는 환자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타인과 비교하려는 본성 때문에 타인의 성공을 보면 질투가 나고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속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리고 무리를 떠나 홀로 행동하는 걸 싫어하고 또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남겨지는 걸 두려워합니다. 이런 모든 게 주식투자에서도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하면 상승장에선 나 홀로 주식을 안 사 기회를 놓친 거 같고, 반대로 하락장에선 나 혼자 주식을 안 팔고 손실을 키운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 투자자들은 남들이 사면 덩달아 같이 사고 남들이 팔면 따라서 팝니다.

필자에게 주식투자 상담을 요청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주식투자 성과를 자랑하는 걸 듣을 때면 질투가 나고 열등감이 들고 자신만 늘 주식투자에서 소외되고 돈을 못 버는 것 같다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필자는 이분에게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라는 답변을 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투자원칙이 옳다고 믿는다면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길게 보고 나가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한때 우리 사회에 ‘부러우면 지는 거다’란 말이 유행했습니다. 타인의 성공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껴서는 자기 발전이 없다는 말을 아주 절묘하게 표현한 말이죠.

이 말을 김난도 교수는 그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부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지는 거다”라고 약간 다르게 표현했는데, 결국 같은 의미입니다. 김 교수는 타인의 성취를 선망하고(질투하지 말고) 열등감을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길게 풀어서 말한 것뿐입니다.

지난 10일 올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라파엘 나달(Rafael Nadal)도 우승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러우면 지는 거다’와 비슷한 뜻의 말을 전했습니다.

나달이 이번 우승으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통산 우승 횟수를 18회로 늘리면서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보유한 최다 우승 기록을 2회차로 바짝 쫓아갔는데 기자들이 이날 나달에게 페더러의 최다 우승 기록을 깰 가능성을 질문했습니다. 나달은 나이가 페더러보다 다섯 살이나 적어 페더러의 최다 우승 기록 20회를 넘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러나 나달은 “페더러의 기록을 깨는데 집착하지 않는다”며 “이웃이 나보다 더 커다란 집을 소유하고 더 큰 TV를 갖고 더 좋은 정원을 꾸미고 있다고 해서 스트레스 받으면 안됩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인생을 살지 않아요”고 답했습니다. 나달은 남의 성취를 시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는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식투자에서도 김난도 교수와 나달의 말이 적용됩니다.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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