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앨라배마주, 낙태금지 이어 '화학적 거세법' 논란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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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행범에 남성호르몬 억제 약물 투여…9월부터 시행

케이 이베이 앨라배마 주지사. /사진=로이터케이 이베이 앨라배마 주지사. /사진=로이터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아동 성폭행범을 대상으로 한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가 시행된다. 앞서 강간과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에 대해서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던 앨라배마주에서 이번엔 화학적 거세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케이 이베이 앨라배마 주지사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가석방 한달 전부터 화학적 거세를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공화당 소속 스티브 허스트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4일 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화학적 거세는 범죄자의 성적 욕구를 없애고 성행위를 할 수 없도록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앨라배마주는 항남성호르몬제 '아세트산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을 주사를 통해 투여할 계획이다. 대상자는 법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까지 약물을 계속 투여해야 하며 비용도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과 1만5000달러(약 178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화학적 거세 처치를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가석방 절차를 어긴 것으로 간주돼 다시 구금된다.



일부 인권단체는 반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앨라배마 지부는 "화학적 거세는 헌법에 위배될 수 있는 이례적 처벌"이라며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을 금지하는 미국 수정헌법 8조를 근거로 들었다. 법안 비판자들은 수감자들이 약물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받고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법안을 발의한 허스트 주의원은 "성폭행 당하는 아이들을 생각해보라"고 되받아쳤다. 그는 2011년에도 13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범의 물리적 거세를 시행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미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고 있다. 아이오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7개 주에서는 1급 성범죄자들에게 화학적 거세가 선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ABC방송은 "가해자의 가석방을 전제조건으로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는 곳은 앨라배마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화학적 거세는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8개 국가와 캐나다, 한국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특히 미성년자 성범죄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독일은 법으로 외과적 거세도 인정하고 있다. 유럽 인권단체들이 관련 법 폐지를 주장하지만 독일 정부는 "연간 5건 미만으로 드물다"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7월부터 16세 이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이후 강간미수범으로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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