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투자자들이 "지난주 있었던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다음 달 시장 상황을 알 수 있다면~" 등 영어 가정법 화법을 자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많이 잃고 적게 따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다. 적중률이 떨어진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증권가 시장 전망이 나올 때면 귀를 쫑긋 세운다.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현실엔 타임슬립 소재가 없으므로, 미래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예측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해결될 것인가'다. 그도 그럴 것이 미·중 무역협상은 지난 4월까지 만해도 자연스럽게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며 증시 호재로 분류됐던 이슈다. 하지만 5월 시장의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무역분쟁 고조 위기감에 국내 증시는 7%대 급락을 맞았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G2의 무역분쟁 결과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은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부담이 더 크다는 해석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지율이 40%대 초반인 트럼프가 2020년 재선을 치르려면 반드시 경기확장이 필요하다"며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하나의 중국’을 만들고 싶어하는 시진핑 역시 미국과의 무역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미·중 무역합의가 타결되면) 주가가 오를 것인가'다. 이는 지난 1월과 4월 증시 랠리의 주가 상승분을 지난달 고스란히 반납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역합의가 이뤄지면 단기간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호재를 기다려 온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펀더멘털 개선 없이는 2300포인트 저항선을 뚫기 쉽지 않다고 본다. 하방 리스크가 제거되는 것은 맞지만,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풀이다.
세 번째는 '(무역분쟁이 끝나면) 한국 증시 펀더멘털이 좋아질 수 있는가'다. 특히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기업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이 문제는 국내 경기 등 자체 개선보다 환율·수출 등 대외적인 요인에 달려있다. 이 팀장은 "과거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매출 증가시기를 살펴보면 미국이 아닌 중국 모멘텀에서 비롯됐다"며 "중국이 시장 개방, 위안화 절상 등 합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매출 확대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12일 국내 증시는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06포인트(0.14%) 내린 2108.75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4.47포인트(0.61%) 떨어진 724.32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국환시장에서 전날보다 2.2원 오른 1182.6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