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에이스토리, 순익 23억원인데 기업가치 1000억원?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19.06.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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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넷플릭스 시즌제 드라마 제작 강점 내세워 코스닥 입성 추진

국내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공모가 산정을 비교 기업으로 비슷한 중소형 제작사가 아닌 방송채널 기반의 제작사와 비교해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12일 에이스토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제이콘텐트리 (13,920원 ▼460 -3.20%)스튜디오드래곤 (40,900원 ▼250 -0.61%)을 선정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13개 기업을 모집단으로 선정한 뒤 드라마의 기획, 투자, 제작 유통 사업 관련 매출이 총 매출의 40% 이상인 제이콘텐트리, 삼화네트웍스, 초록뱀미디어, 팬엔터테인먼트, 이매진아시아, 스튜디오드래곤를 1차 유사기업으로 뽑았다.

이어 2차 유사기업으로 2018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감사의견이 적정인 12월 결산법인을 기준으로 제이콘텐트리와 스튜디오드래곤을 선정했다. 두 기업을 기준으로 한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46.22배다.
'킹덤' 에이스토리, 순익 23억원인데 기업가치 1000억원?


에이스토리는 2018년과 2019년 순이익에 평균 PER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계산했다. 2018년 순이익 23억원에 46.22배를 적용해 기업가치가 1072억원, 2019년 순이익 57억원에 48.20배를 적용해 기업가치가 2636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통한 에이스토리의 주당 평가가액은 1만9448원이다.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희망가액 밴드를 1만1600원에서 1만4300원으로 계산했다.

문제는 에이스토리의 사업구조가 2차 유사기업에서 제외된 드라마 제작사와 더 유사하다는 점이다. 제이콘텐트리와 스튜디오드래곤은 각각 JTBC와 CJ ENM (76,600원 ▲900 +1.19%)의 자회사로 일반 제작사보다 방송 편성이 유리한 구조다.

지난해 일반 제작사가 적자를 기록한 건 방송 채널 기반의 제작사와 비교해 이익률이 낮은 데다 중국 수출까지 막혀서였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은 별도기준 9.0%, 제이콘텐트리는 방송 부문이 6.0%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반면 에이스토리는 지난해 이익률이 2.5%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은 영업손실이 27억원에 달했다.


에이스토리의 현재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에이스토리는 매출이 2017년 2013억원, 2018년 464억원, 2019년 1분기 127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의 시즌제 드라마 제작의 영향이 컸다. 매년 꾸준한 제작이 가능한 제이콘텐트리, 스튜디오드래곤과 달리 매출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일정 이익을 보장해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제작함에도 이익률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각 드라마의 이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에이스토리가 넷플릭스향 시리즈물인 '킹덤'과 '첫 사랑은 처음이라서', '시그널'의 일본, 미국 리메이크 등으로 다른 드라마 제작사들과 차별화된 사업을 진행 중이고, 최완규, 김은희, 박재범 등 인기작가와 계약을 체결한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7년 적자를 기록했던 드라마 제작사가 넷플릭스 수주 수혜를 내세워 업계 1위 스튜디오드래곤과 똑같은 PER를 적용받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제작사들의 리스크를 적용해 보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스토리는 다음달 3일과 4일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9~10일 청약을 받는다. 다음달 중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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