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페이스북의 비밀병기, 메신저와 암호화폐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홍재의 기자, 김지현 기자 2019.06.1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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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개방형 뉴스피드 넘어 폐쇄형 소통 강화
암호화폐로 송금, 결제 등 커머스 구축
페이스북만 있으면 되는 ‘페이스북 월드’ 구상

위태로운 페이스북의 비밀병기, 메신저와 암호화폐


데이터 유출에 따른 신뢰 저하와 활성사용자 감소로 고전하는 페이스북이 변신에 나선다. 변신의 무기는 메신저와 암호화폐 두 가지다. 메신저를 통해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한편 암호화폐의 송금, 쇼핑, 결제 기능을 통해 금융과 이커머스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폐쇄적인 소통에서 비즈니스까지 다 이뤄지는 ‘페이스북 월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페이스북 메신저로 위챗 모델 구축

지난 3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향후 페이스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3200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몇 년 내로 페이스북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의 주된 소통수단은 뉴스피드가 아니라 메신저와 왓츠앱이 될 것"이라며 "사적인, 암호화된, 개인적인 메시징에 사업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왓츠앱은 페이스북의 채팅 서비스다.



저커버그의 글은 파장을 불러왔다.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이자 회사를 먹여 살려온 개방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더 이상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공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완전한 체질 개선', '페이스북 제 2세대'라는 수식어를 달아 이를 보도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사진제공=뉴시스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사진제공=뉴시스
실제로 메시징 서비스는 페이스북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13억 명으로 왓츠앱(15억 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10대를 중심으로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이 늘고 있다. 최근 통신사들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을 정도다.

페이스북은 2020년까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으로 나눠진 메신저 기능을 통합할 예정이다. 이 경우 페이스북 메신저로 받은 메시지를 인스타그램, 왓츠앱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뉴스피드에서 메시징으로, 정보를 공개적으로 나누는 오픈 쉐어링(Open Sharing)에서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개방에서 폐쇄로, 중앙집중화에서 탈중앙화로 가겠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메시징 보안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메시지가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는 기술을 도입해 텔레그램처럼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스냅챗처럼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하면 바로 지워지는 기능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현재 페이스북 매출 98%가 뉴스피드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피드에 정보를 올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올린 정보에 반응하면서 쌓이게 된 데이터를 페이스북은 광고주에 팔아 돈을 벌어왔다. 문제는 메신저에는 이 피드 페이지가 없다는 것. 그래서 전문가들은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 모델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위챗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위챗페이와 같은 자체 결제시스템과 연동해 앱 내에서 음식 주문, 쇼핑, 공과금 납부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위태로운 페이스북의 비밀병기, 메신저와 암호화폐
◇암호화폐로 송금부터 커머스까지 페이스북 내에서

페이스북의 새로운 수익모델의 첨병이 바로 암호화폐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데이비드 마르쿠스 전 페이팔 회장을 영입하고 그를 중심으로 50여명 규모의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자체 암호화폐를 개발 중이다. 페이스북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도입하려는 암호화폐의 명칭은 '글로벌코인'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이달 중 코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변동성이 없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점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미 달러 등 법정화폐나 실물자산에 가격이 연동되고 그 자체로는 가격 변동성이 없다. 페이스북은 글로벌코인이 복수통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암호화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최근 수개월 동안 다수의 금융 및 IT 기업과 접촉해 글로벌코인을 공동으로 운영할 제3의 독립재단 출범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코인을 좀 더 보편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은 글로벌코인을 △송금 △리워드(보상) △커머스 △광고 등 네 가지 역할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
① 송금
올해 초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코인의 시범운영 무대는 인도 왓츠앱이 될 전망이다. 인도 왓츠앱 이용자가 2억 명에 달하고 인도로 향하는 글로벌 송금액이 690억달러(81조원·2017년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로 송금하면 국내외 금융거래에서 은행 등의 중개기관이 필요 없기 때문에 금융거래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② 리워드
페이스북이 이용자 활동에 따른 보상을 코인으로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이용자가 글을 올리거나 페이스북 광고를 볼 경우 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용자는 코인을 현금화하거나 페이스북내에서 쇼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스팀잇’과 비슷한 방식이다. 스팀잇에서는 글을 쓰는 콘텐츠 생산자와 콘텐츠에 ‘업보팅’(페이스북의 ‘좋아요’ 개념)을 하는 사용자들에게 자체 암호화폐 ‘스팀’을 지급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③ 커머스
현재 페이스북 플랫폼에서는 링크를 클릭해 특정 제품의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처럼 결제 정보를 입력해놓고 페이스북 내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굳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물론 암호화폐 없이도 커머스 기능을 도입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 번호 등 민감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앱 안에서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체크아웃' 기능을 추가할 계획인데 이때 글로벌코인을 통한 결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페이스북 로그인 기능을 채택하는 다른 앱이나 서비스에서도 글로벌코인으로 쇼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네이버가 아닌 웹페이지에서도 네이버 로그인과 네이버 페이로 물건을 사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④ 광고
페이스북 주요 매출원인 광고 집행도 글로벌코인을 통해 할 수 있다. 외신들은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플랫폼에서 앱내 글로벌 코인 결제로 매출을 올린 판매 업체들에 대해 코인을 페이스북 광고로 재투자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약 글로벌코인이 온라인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오프라인에서 활용도 고려해볼 수 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페이스북이 QR코드를 통한 오프라인 결제를 제공하고 나아가 화폐가치 변동이 심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 통화보다 더 안정적인 지위를 인정받는 것도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인스타그램 체크아웃/사진=인스타그램인스타그램 체크아웃/사진=인스타그램
◇ 메신저와 암호화폐, 위기의 페이스북을 구할 수 있을까

메신저와 암호화폐가 페이스북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데이터의 중앙집중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데이터 수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IT전문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밈슨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메시징 앱이라고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며 "저커버그는 글에서 '지불(pay)'이라는 단어를 네 번이나 언급했는데 이는 사용자들의 각종 결제정보를 알아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규제 이슈도 있다. 암호화폐는 자금세탁 등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

저커버그의 구상대로 된다면 공개적인 뉴스피드와 폐쇄적인 소통, 그리고 금융과 비즈니스까지 모든 것이 페이스북 생태계 안에서 이뤄지면서 ‘페이스북 월드’가 가능하겠지만 거기까지 가기에는 신뢰 및 충성도 저하의 골이 너무 깊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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