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점입가경…삼성·SK하이닉스 새우등 터지나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9.06.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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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글로벌 IT기업 불러 압박…삼성·하이닉스, 반도체가격 하락·불확실성 증대 '이중고'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기업들이 유탄을 맞는 양상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5일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불러 미국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 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시도 역시 응징할 것이란 경고도 전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무역전쟁과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관련, 중국 정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에 직접 압박을 가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번 보도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부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 정부의 압박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방중한 한국 기자단에게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클라우드 미래' 콘퍼런스에서 "신뢰할 만한 5G(5세대 이동통신) 공급자 선택이 중요하다"며 반(反) 화웨이 정책에 대한 동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같은 압박에 화웨이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사업 계획의 전면 수정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3%, 12%를 화웨이로부터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D램 평균거래가격(ASP)이 최대 2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D램 ASP는 전 분기 대비 10~15% 하락하고 4분기에는 최대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올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역분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마이크론 등 세계 반도체 업계 전체에, 더 크게는 세계 거시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세트 수요가 창출될 것이고, 그에 따른 부품 공급이 늘어나 균형을 되찾을 것이란 긍정론도 있다. 문제는 시장이 다시 회복될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는 미중 양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드가 안보와 관계된 문제였다면 이번 사안은 성격이 달라 우리 정부가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고 미국과 중국도 우리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계 1, 2위 시장을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사태를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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