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2018.7.19/사진=뉴스1
정부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 조정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나 업계 반발에 밀려 아직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팔면 팔수록 손해인 데다 시장왜곡 문제를 일으키는 경부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컨대 계약전력 300kW 이상의 산업용(을) 고압B 선택Ⅱ 요금제의 경우 봄·가을에는 밤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경부하 요금, 오전 10~12시와 오후 1~5시에 최대부하 요금이 적용된다. 전력량요금은 kWh당 △경부하 56.2원 △중간부하 78.5원 △최대부하 108.8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 조정을 국정 과제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개편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기에는 전기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업계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에서는 경부하 요금 인상시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호소해 왔다.
이에 정부는 당초 지난해까지 요금 조정을 마치겠다던 계획을 올해로 늦췄다. 올 들어서도 조정 작업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요금제 개편이 미칠 영향을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부하 요금 조정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많아 이를 조금 더 들어보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요금 조정 시기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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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행 경부하 요금제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 만큼은 확실하다. 또 이 과정에서 경부하 요금은 올리되 최대 부하와 중간 부하 요금도 함께 낮춰 전체적인 기업 부담은 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향도 밝힌 상태다. 한전 수입은 늘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요금 조정을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 작업은 계속할 계획이다. 당분간 업계 의견수렴을 더 거쳐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산업부 안팎으로도 경부하 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많다.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계시별 요금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생산 원가를 고려해 최소 15~30%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부하 요금만 올릴 경우 경제에 부정적이지만, 최대부하 요금을 함께 내려 전체 평균 요금에 변화가 없도록 조정한다면 성장·고용·소득분배 모두에 긍정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감사원도 지난 4월 "산업용 전력 사용자 가운데 1.5%에 불과한 고압B·C 사용자가 경부하 시간대(밤 11시~오전 9시) 산업용 전력의 63%를 사용한다"며 요금체계 개편을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대기업 공장에서 고압B·C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대기업 사용자가 값싼 경부하 요금의 혜택을 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역으로 낮에 전력을 주로 소비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