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美中 줄세우기…文 '한미동맹+실리외교' 대응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6.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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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외교관계 한 가지 사안 국한 아냐"…위기를 기회삼을 수 있을까

【모스크바=AP/뉴시스】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 장소인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입장하고 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와 군축 분야에서의 협력 지속과 무역 문제로 대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견제했다.  시 주석은 오는 7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2019.06.06.【모스크바=AP/뉴시스】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 장소인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입장하고 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와 군축 분야에서의 협력 지속과 무역 문제로 대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견제했다. 시 주석은 오는 7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2019.06.06.


동북아에서 역류(逆流)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그에 따른 ‘우리편 줄 세우기’가 본격 시작됐다. 미중 무역 의존도가 높고 북핵이라는 최대 과제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굳건한 한미동맹 속 중국과 실리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기류다.

6일 정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이달말 예정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형식을 특정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꾸준히 외교채널을 통해 관련 대화가 오가는 중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미중 정상과 모두 연결끈을 유지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외교 관계라는 것은 한 가지 사안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며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미중 모두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으로 ‘내 편 만들기’에 팔을 걷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을 국빈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일본의 대형 통신사들은 5G(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설비에서 화웨이 사용을 배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뒷받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영국을 찾아 화웨이 제품 배제 동참을 논의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상품에 최고 25%까지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모습을 보이며 내달 일본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2019.05.1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상품에 최고 25%까지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모습을 보이며 내달 일본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2019.05.14.
중국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시진핑 주석은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다. 핵심 글로벌 이슈에 대해 러-중의 입장이 비슷하거나 일치한다”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보란 듯 화웨이와 러시아 이동통신사 간 5G 네트워크 계약을 체결했다.

미일-중러 간 대립구도가 심화된 동북아에서, 시선은 한반도로 모아진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5일 “5G 이동통신은 보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며 화훼이 장비 배제를 사실상 압박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지난달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조치를 취하면 손실은 눈더미처럼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우선 한미동맹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식에서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대행 및 군 관계자들과 연속해서 만남을 갖고 “한미동맹은 영원한 동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확실한 미국의 편”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 것이다.


중국과도 관계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제1교역국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밖에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보복의 위력을 이미 겪어본 바 있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시 주석과 “한중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쉽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동북아의 전통적인 3각대립(한미일-북중러) 구도로 흐를 시 한반도 평화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다. 반면 미중 대립 속에서 우리 측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방향도 가능하다. 북미대화의 촉진, 사드 보복 문제의 해결도 기대해볼 수 있다. 위기를 기회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도 비슷한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면서도, 중국에 외교·국방부 장관 간 2+2회의를 제안했다. 시 주석의 이달말 오사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 첫 방일이 예정됐고, 아베 총리의 연내 방중도 거론되는 중이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무역전쟁과 동북아 정세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게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동 결과에 따라 역류가 순류(順流)로 전환될 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무역전쟁이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힘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실리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시진핑 '先 평양-後 서울' 방문 유력…무역전쟁도 변수
'혈맹' 北 보다 韓 먼저 방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여부는 '북한'에 달렸다.

시 주석의 방한 추진은 지난해 11월17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APEC을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내년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오사카에서 오는 28~29일 진행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전에 시 주석이 방한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최종 성사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한 여부에 대해 "시기와 형식 등을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핵심은 시 주석의 방북 무산에 있다. 당초 시 주석이 상반기 중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과 무역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며 동북아 정세가 복잡해졌고 이에 부담을 느낀 시 주석이 방북 카드를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중국과 혈맹관계인 북한보다 대한민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고 외교가는 지적한다.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의 우선순위가 북한에 있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평양에 앞서 서울을 먼저 방문할 경우 '하노이 노딜' 이후 대외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 위원장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시 주석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된 이후 김 위원장과 관계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결국 시 주석의 방한은 방북 성사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상반기 내 평양 방문을 하지 않은 이유가 미국과 무역전쟁에 있다면, 방한 역시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전쟁 구도가 적어도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그리는 외교 프로세스는 '무역전쟁 해결 가닥→방북→방한'으로 볼 수 있다.

국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제3국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국과 중국 모두 관계심화를 원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 중국과 실리적인 외교를 한다는 방침이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중에 한국을 적어도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공을 들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3주 앞으로 다가온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이 마주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사카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양자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G20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와 그런 부분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디까지 확정됐는지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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