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홍보하더니.." 한강공원 전동킥보드 여전히 '불법'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9.06.05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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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권한 지자체에 넘기고 세부기준 마련 안해…업계 "규제개혁 생색만 내"

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년 공유의 날'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인 '킥고잉'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년 공유의 날'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인 '킥고잉'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지난해 도시공원에서 전동휠·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의 주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실질적으로 PM 주행이 가능한 공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규제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기고 실질적인 규제개혁에는 적극적이지 않아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여의도공원, 한강공원 등 도시공원에서 전동휠이나 킥보드를 타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PM을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해 자전거도로, 도시공원 등에서 통행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PM을 자전거도로, 도시공원에서 통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도시공원 및 공원녹지 등에 관한 법 시행령’을 개정해 11월부터 지자체가 도시공원별로 PM 주행 허용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가 어떤 도시공원에서, 어떤 PM을 허용하면 되는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지 않은 채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서 시행령 개정 6개월 이후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킥보드 등 PM을 탈 수 있는 도시공원은 없다”며 “공원별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공원관리청 등과 협의했으나 안전문제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도는 이같은 파행을 막기 위해 시행령 개정 직후 기초자치단체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개별 기초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하기 어려울 수 있어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예민한 부분이 많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는 것처럼 생색만 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규제개혁이라고 홍보했지만 규제권한을 지자체에 넘긴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동킥보드의 도시공원 통행을 허용한다”고 홍보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PM의 도시공원 허용이 ‘규제혁파 끝장캠프’ 결과라며 “가시적인 성과 창출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PM공유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관계자는 “안전관련 문제가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해 9월에도 ‘현장밀착형 규제혁신’이라며 6월까지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기준도 마련하겠다고 해놓고 진척사항이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는데도 정부는 규제개선을 했다고 홍보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은 공원에 따라 위험성이 작은 곳과 큰 곳이 있으니 상황에 맞게 지자체가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자체별로 설정을 위임한 상태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문제”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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