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잿빛으로 변한 장밋빛 미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9.06.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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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장미빛 미래가 잿빛으로 바뀌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17년 11월 바이오기업 코오롱티슈진 (12,610원 ▲140 +1.12%)은 공모가 2만7000원에 상장했고, 한때 7만5100원까지 급등했다.

시장은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인보사가 미국 임상시험에서 최종 성공할 경우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연간 예상 매출액은 3조5000억~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는 데이터도 곁들여졌다.



상장주관사는 코오롱티슈진이 2023년 연간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2023년은 인보사의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해다.

인보사에 대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지면서 불과 2년이 안 돼 이런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인보사 하나 뿐이다. 인보사의 허가가 최종 취소될 경우 코오롱티슈진의 성장동력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정지 상태인 이 종목의 주가는 8010원이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오는 19일까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상장이 유지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코오롱티슈진의 주식은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바이오업종의 주가를 지탱하는 원동력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희망이 없다면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거나, 상장된 주식을 사들일 사람은 없다.

당장 실적을 못내는 바이오기업은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을 한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자본을 투자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꿈을 어떻게 객관화하느냐의 숙제가 남는다.


기술특례기업이 상장할 때 내는 투자설명서를 보면 미래추정 수익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정한다.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이 상업화될 경우 몇 년 뒤에는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을 수치화한 것이다.

돌발변수가 많은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전망이 제대로 들어맞을 리 없다. 문제는 전망이 너무 안맞는다는 점이다.

2015년 기술특례를 통해 직상장된 7개 바이오기업은 상장 당시 2~3년 뒤 총 731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론 6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기술특례 상장기업 8곳도 대부분 미래추정수익을 맞추지 못했다. 특히 2018년 순이익을 공모가 산정에 반영했던 5곳은 2018년에 당기순이익이 83억~277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순이익을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코오롱티슈진 처럼 치명적인 오류가 나지 않는 이상 상장할 때 내놓은 전망을 확인하거나 문제 삼는 일은 별로 없다.

바이오기업이 정해진 일정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최소한 미래추정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고, 잘못 예측한 이유는 설명해 줘야 한다. 금융당국도 과도한 부풀리기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엉터리 전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장밋빛 전망과 가능성을 믿고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투자하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우보세]잿빛으로 변한 장밋빛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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