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게이트, P2P 금융중개 독점구조 '흔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19.06.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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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웰컴페이먼츠 본격 유치영업…P2P업체 4~5곳 떠날 채비

페이게이트의 '세이퍼트' 이용 기업표 /사진제공=페이게이트 홈페이지페이게이트의 '세이퍼트' 이용 기업표 /사진제공=페이게이트 홈페이지


국내 P2P(개인간 거래) 금융중개 시장에서 페이게이트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페이게이트는 P2P업체 10곳 중 8곳에 집금·예치·펀딩·대출·상환 등에 필요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중개회사다. 웰컴저축은행 계열사인 웰컴페이먼츠가 API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 같은 독점적 구조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이게이트는 현재 P2P업체 150여곳에 API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는 금융당국 등록업체 기준 77.9%에 해당한다. 페이게이트는 1997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다. 신용카드 결제서비스를 시작으로 은행기반 계좌이체서비스와 핸드폰 결제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2015년부터 신사업으로 P2P 결제플랫폼 ‘세이퍼트’를 개발, 차세대 핀테크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시중은행들이 API 서비스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페이게이트는 P2P업체 대부분과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특히 신규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금융권 업체는 페이게이트 뿐이었다. API 서비스 1위 사업자에 오르면서 유관기관과 협의 과정에서 우선적인 지위도 갖게 됐다.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웰컴저축은행의 PG 계열사인 웰컴페이먼츠가 낮은 중개수수료, 금융그룹 연계 API 서비스 등을 내세워 업체 유치에 나선 것. 중상위권 P2P업체 4~5개사는 이미 웰컴페이먼츠로 옮겼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웰컴페이먼츠로 옮긴 A사 관계자는 “700여개에 달하는 투자자 계좌를 전부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투자자에게 모두 연락해 계좌이관을 마쳤다”며 “거래수수료 등 서비스 비용은 줄어들고 은행과 연계한 추가적인 상품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이 과정에서 페이게이트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중위권 P2P업체 B사는 계약기간 만료를 1개월여 앞두고 거래원장과 계좌이관 협조 등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B사 관계자는 “중개회사를 옮기고 싶은데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유지하게 됐다”며 “관련 법·제도적 정비가 안된 상황에서 불공정한 계약구조가 만들어져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페이게이트는 회원사와 마찰은 일방적인 오해라고 해명했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일부 회원사가 요구한 거래원장이나 일괄 계좌이관 등은 현재 제도나 시스템상에서 불가능하다”며 “계약서상에도 회원사에 투자자 거래내역 등 정보를 제공하거나 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회원사들의 이탈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세이퍼트는 그동안 수조원 규모의 거래를 중개한 검증된 플랫폼”이라며 “특정 은행에 국한된 서비스가 아니라 다수의 금융기관과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페이게이트는 올해 SK제3호기업인수목적(SK3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매출 122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이동산 이사로 지분 33.33%를, 박 대표가 30.17%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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