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선장과실·구명조끼'…되짚어본 '헝가리 참사'

뉴스1 제공 2019.06.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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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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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29일(현지 시간) 세계 3대 야경을 자랑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인근에는 크고 작은 유람선에 수많은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당시 부다페스트는 천둥을 동반한 비가 적지 않게 내렸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이날 오전 2시(현지시간)부터 24시간 동안 내린 누적 강수량은 37mm다. 헝가리 5월 평균 누적 강수량(55mm)의 67.3%가 하루 만에 내린 셈이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서 바람까지 강해지는 등 기상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날 오후 8시쯤 한국인 33명, 헝가리 승무원 2명을 태운 '허블레아니' 유람선도 있었다. 이 배에 탄 관광객들은 '참좋은여행' 여행사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했다. 관광객31명 중 15명은 여행 날짜나 코스를 변경해 이 일정에 합류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72살 노인과 6살 어린이도 있었다.



◇폭우에다 불어난 강물까지, 그야말로 '악천후'

1시간가량 관광을 마치고 귀항하던 '허블레아니'호는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꾼 '바이킹 시긴'호에 추돌당했다. '허블레아니' 호는 유람 코스 중 최대 장관으로 꼽히는 국회의사당 인근 마르기트(Margit) 다리 부근이었다.

이 배는 7초 만에 침몰했다. 갑판 승객은 그대로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의 관광객들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줄곧 내린 비 탓에 강물은 크게 불었고, 그만큼 유속도 빨랐다. 형가리 현지 언론 M1방송에 따르면 사고 지점 부근 곳곳엔 소용돌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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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경찰 "가해 선박 선장, 업무 태만 부주의 혐의 확인"

날씨도 궂었지만, 추돌한 대형 크루즈선의 선장의 부주의가 이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현지 언론은 경찰 발표를 인용해 "허블레아니와 바이킹 시긴 두 배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운항하고 있다가 마르기트 다리 기둥 밑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허블레아니가 방향을 트는 순간 사고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바이킹시긴 호 선장의 '업무 태만과 부주의' 관련 혐의가 드러났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이 크루즈선은 추돌 후에 멈추지 않은 채 45분 가량을 더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도 해당 선장을 계속 조사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크루즈 운항 때 과속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킹 시긴호의 운항 속도는 6.7노트로 시속 12.4km 수준이었다. 이 나라에서 운항하는 일반 유람선의 최대 속도가 10노트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는 아닌 셈이다.

◇손 쓸 새 없이 7초 만에 침몰…구명조끼도 미비

대형 크루즈의 갑작스러운 추돌로 작은 유람선이었던 '허블레아니' 선장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침몰 유람선이 사고 발생 이후 7초 만에 가라앉았다는 게 아드리안 팔 헝가리 경찰국장의 설명이다.

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헝가리에서 비슷한 유람선을 탔던 관광객들의 후기를 종합하면 구명조끼는 구비돼 있지 않거나, 있어도 대부분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허블레아니에 탔던 사람들도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확인 결과 선실에 있을 경우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안전한 장소에 보관한 후 갑판에 올라갈 때 입도록 했다"며 "선박이 투어를 마치고 귀환하는 길이라 많은 고객들이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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