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 반대 공대위의 위정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진욱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게임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족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중심으로 질병코드 국내 도입 저지에 나선 상황.
공대위원장을 맡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사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게임과몰입 현상은 극소수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질병으로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 과몰입 문제의 음성화와 사회적 낙인 등 부작용을 초래할 뿐 청소년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극소수 게임과몰입 사례를 앞세워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정신의학계가 게임 질병코드 논란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질병코드 도입을 위한 기준 정립,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 게임과몰입 진단을 위한 검사체계, 의료진 학교 배치 등 막대한 예산이 정신의학계로 투입된다”며 “질병코드 도입으로 돈을 버는 집단이 명확한 상황에서 순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산업협회, 게임학회, 게임물관리위원회, 영화학회, 애니메이션학회 등 콘텐츠 산업 단체들과 게임 관련 학과 등 90개 단체들이 공대위에 참여했다. 공대위는 게임 관련 부처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국내외 공동연구 추진, 질병코드 국내 도입 시 법적 대응 등에 나설 방침이다. 파워블로거, 유튜버들과 연대해 대국민 캠페인에도 본격 돌입한다. 위 위원장은 “공대위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질병코드 반대 여론이 게임업계를 넘어 폭넓게 형성됐다”며 “이런 여론을 무시한 채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게임과몰입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게임에만 매달리게 만든 환경 요인에 대한 분석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질병으로 규정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고 단편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뭇잎이 시들었다고 나뭇잎만 잘라내면 된다는 게 질병코드 도입론자들의 주장”이라며 “나무를 살리려면 뿌리와 생장환경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