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3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94포인트(0.14%) 오른 2041.74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홀로 2000억원 넘게 매수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6개월 만이다. 소수의견이 바로 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은의 금리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퍼진 이유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 확대,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경기가 개선되는 효과를 낳는다. 증시에도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 호재로 여겨진다.
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 효과가 있지만, 원화 약세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 이날 한은 금통위 이후 퍼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1원 오른 1190.9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의 증시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다. 한은 금통위원들도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을 금리동결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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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6개월 만에 등장한 소수의견에도 불구,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환율 변동성도 커진 탓이다. 한은이 하반기 경기 개선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와 달리, 한은은 분기별 성장률이 '상저하고'일 것으로 보고 인하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불확실성 요인이긴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통해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우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통화 당국이 경제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하고, 물가 역시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기준금리 인하 쪽에 초점을 맞췄다"면서도 "경기 부양으로 정책이 전환되더라도 현시점에서는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정책 쪽을 우선시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금리 인하 시기는 4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실제 인하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시도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으로선 경과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커졌다"며 "여전히 과도한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상황을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